무작정 나가지 말고 신중한 결정을
유리창 등 깨져 다리도 부상 위험
급하더라도 두툼한 신발 착용해야
부산에 사는 직장인 박모(35)씨는 최근 대지진 공포를 겪은 뒤 대피ㆍ생존 방법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최근 개봉된 영화 ‘터널’에서 주인공이 무너진 터널 속에서 손전등과 라디오, 극소량의 물과 식량으로 한달 여를 버틴 장면을 본 터라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박씨는 21일 “‘탁자 밑에 숨어라’ ‘건물 없는 운동장으로 피하라’ 같은 뻔한 지침보다 나와 가족의 목숨을 지킬 수 있는 실전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진동의 충격을 몸소 체험한 시민들을 중심으로 현실화한 재난 위험 앞에 구체적인 생존 요령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등 정부부처 홈페이지에는 피상적인 대피 방안만 열거해 놓은 탓에 비상상황에 따른 세부 대처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 전문가들은 우선 지진이 감지됐을 때 무작정 자리를 피하지 말고 대피 여부부터 결정하라고 조언한다. 예컨대 노후화하거나 벽돌로 지어진 저층 빌라 및 주택은 붕괴 위험이 큰 만큼 밖으로 대피하는 게 안전한 반면, 대형 고층 건물은 지진규모가 크지 않은 이상 건물 내부에서 피난처를 확보하는 편이 낫다는 얘기다. 우승엽 도시재난연구소장은 “실내 피신의 경우 화장실은 대부분 두꺼운 콘크리트로 둘러싸여 있고 유사시 물 이용도 가능해 대피 공간으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대피를 결정했다면 신체를 보호하며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머리를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의외로 다리 부상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장은 “경주 5.8 지진 정도만 해도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도로 사정도 평소와 같지 않았다”며 “급히 피신하더라도 반드시 두툼한 신발을 착용해야 이동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진이 닥치면 엘리베이터 사용도 자제해야 한다. 복수의 전문가들은 “화재 발생 시에는 유독가스 피해가 이어지기 때문에 비상용 승강기 이용을 권고하기도 하지만 지진은 시설물의 오작동 가능성이 높아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계단을 통해 탈출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생존배낭’도 대피를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평소 여행용 가방 등에 최소한의 물품과 비상 식량을 챙겨 놓으면 구조ㆍ구난에 유리하다. 우 소장은 “건빵, 참치캔, 생수와 같은 음료ㆍ식품과 체온을 보호할 수 있는 도구, 호루라기ㆍ나침반ㆍ손전등 같은 생존용품이 단기간 지진 피해에 견디기 위해 꼭 구비해야 할 3가지”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은 지자체 별로 유사시 생존배낭을 꾸리는 방법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지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 역시 비상물품 키트를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안내한다. 이에 반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지진 발생시 국민행동요령’에는 “비상시 사용할 약품 비품 장비 식품의 위치와 사용법을 알아 두자”는 개략적인 지침만 언급돼 있을 뿐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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