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불이행 등 소액 임대차 관련 분쟁 조정
법률구조공단 산하 전국 6곳 지부서 접수
입소문 타고 발길 이어져… 수수료도 저렴
A씨는 임차인 B씨가 집을 비운 뒤 거실이 심하게 훼손된 것을 발견하고 29만5,000원을 들여 수리를 마쳤다. A씨는 수리 이후 B씨에게 비용을 청구했지만 받지 못했다. A씨는 답답했지만,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까지 하기엔 적은 금액이어서 고민하던 중 주택임대차분쟁 조정위원회를 찾았다. 조정위원은 조사결과 “B씨의 잘못으로 거실 바닥이 훼손된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건물 노후화를 고려해 A씨와 B씨의 비용 분담비율을 조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처럼 소액 임대차 관련 분쟁을 도맡아 해결하는 ‘주택임대차분쟁 조정위원회’가 출범했다. 법무부 산하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지난달 30일 시행된 개정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조정위원회를 설치했다고 5일 밝혔다.
공단은 그 동안 소액임차인을 법률구조 대상자로 분류해 상담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최근 3년간 임대차관련 법률상담은 21만2,000여 건에 달할 정도로 수요가 높았다. 이 가운데 소송 등으로 법률구조를 받은 사건은 1만1,178건에 달했으며, 717건(6.4%)은 조정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됐다.
공단은 서울, 수원, 대전, 대구, 부산, 광주 지역 등 6곳의 법률구조공단 지부에 조정위원회를 열고 이달부터 업무를 시작했다. 수수료는 1만~10만원으로 민사소송이나 민사조정보다 훨씬 저렴하다.
생활 밀착형 분쟁이다 보니 출범 일주일 만에 15건이 접수됐다. 접수된 사건은 A씨와 같은 수리ㆍ수선 의무 관련 소액 사건부터 임대차 계약 도중 사용할 수 없게 돼 1억여원의 보증금을 놓고 벌어진 보증금ㆍ주택 반환 분쟁까지 다양하다. 집주인이나 세입자는 ▦임대차 기간 및 차임 또는 보증금의 증감 관련 분쟁 ▦임대차계약 이행과 계약내용 해석에 관한 분쟁 ▦임대차계약 갱신 및 종료 관련 분쟁 ▦임대차계약 불이행 등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분쟁 ▦공인중개사 보수 등 비용부담에 관한 분쟁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 사용에 관한 분쟁과 관련한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이헌 공단 이사장은 “합리적인 조정을 통해 주택임대차 관련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국민 주거생활 안정을 돕겠다”고 말했다.
조정위원장은 권광중(75ㆍ사시6회) 전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이,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황덕남(60) 변호사와 소재선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진영 감정평가사, 주진환 회계사 등이 위원으로 활동한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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