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등록 : 2017.05.15 20:00
수정 : 2017.05.26 09:32

주사 두 번에 95% 예방하는 자궁경부암… 성 접촉 전 접종하면 더 효과

5월 셋째 주, 자궁경부암 예방 주간

등록 : 2017.05.15 20:00
수정 : 2017.05.26 09:32

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경부)에 생기는 암이다. 성 관계를 통해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주 원인이다.

HPV는 성 경험이 있는 여성의 10%가 감염될 정도로 흔한 바이러스이지만 80~90%는 자연히 사라진다. 하지만 일부 사라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 하지만 두 차례 백신 예방 접종만 하면 자궁경부암을 거의 예방할 수 있다. 정부도 이를 인식해 ‘10대 예방 접종, 20대 정기 검진’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마침 5월 셋째 주(14~20일)는 자궁경부암 예방 주간이다.

그림 1자궁경부암은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1년에 한 번 정도 정기 검진을 받으면 95% 이상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예방 가능한 암이다. 게티이미지뱅크

20~30대 자궁경부암 발병↑

20년 전만 해도 자궁경부암은 여성암 1위였다. 최근 자궁경부암 검사(자궁경부세포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전암 단계’에서 많이 발견돼 치료된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여전히 매년 3,600여명이 자궁경부암 진단을 받으며, 하루 2~3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다.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과도한 질 분비물과 출혈, 통증 등이 생길 때면 이미 전이된 상태여서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게다가 20~30대 젊은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병이 늘고 있다. 자궁경부암은 여성암 가운데 7%(2015년 기준)에 불과하지만 20, 30대에서는 각각 11.9%, 14.9%로 2배 가량 많다. 주웅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빨라진 성 경험, 건강 무관심과 방심이 자궁경부암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자궁경부암은 조기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9~13세 여아에게 백신 2회 접종하기 ▦30세 이상 여성의 HPV 검진 받기 ▦자궁경부암 예방 메시지 확산을 통해 모든 여성이 자궁경부암 위험ㆍ예방 중요성을 인지하도록 하기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증상이 없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지 않으면 발견이 늦어진다. 이재관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전암 단계에서 발견돼도 자궁을 일부 잘라내야 하고, 암이 많이 퍼졌다면 자궁을 적출해야 한다”고 했다.

성 접촉 전 접종하면 면역 더 높아

자궁경부암 환자의 92%에서 HPV가 발견된다. HPV는 종류가 150개가 넘지만 이 가운데 16형, 18형 두 가지가 일으키는 자궁경부암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따라서 예방 백신을 접종하고,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으면 95% 이상 예방할 수 있다. 특히 예방접종은 HPV에 노출되기 전 청소년기에 접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백신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4가지 타입의 HPV를 예방하는 ‘가다실’과 2가지 타입을 예방하는 ‘서바릭스’가 나와 있다.

WHO도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의 국가예방접종사업(NIP) 도입을 권고해 세계 65개국,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9개 회원국(2016년 기준)이 수용했다. 우리 정부도 만 12세 여아에게 자궁경부암 백신을 6개월 간격으로 2회 무료 예방접종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접종률이 50% 정도에 그쳤다.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은 당장 효과 나타나지 않는데다 지난해 부작용에 대한 루머가 퍼져서다.

하지만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백신 접종은 실보다 득이 많다”고 강조한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백신엔 부작용이 있지만, 질병 예방 효과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일부 부작용 사례로 인해 백신 불안감이 지나치다”며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 접종은 세계적 추세고 대체로 안전하다고 보고되고 있어 접종을 권한다”고 했다.

특히 HPV는 성 접촉으로 감염되므로 성 경험 전에 예방 접종하는 게 효과가 가장 좋다. 9∼15세에 접종하면 나이가 들어 접종하는 것보다 면역반응이 더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성인이 돼 예방 접종하면 효과가 없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성인 여성이 접종해도 자궁경부암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게 여러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영국 암 저널(British Journal of Cancer)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및 관련 질병에 대한 예방 접종 효과를 연구한 결과 HPV 6, 11, 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을 94% 막았다. 다만 임신부에게는 접종을 권하지 않으며 1차 또는 2차 접종 후 임신인줄 알았다면 분만 후 접종하기를 권장된다. 수유 여성에게는 접종해도 된다.

20세 넘어 접종했다면 정기 검진을

예방 접종을 했어도 자궁경부암에서 100% 해방될 수 없다. HPV 종류가 150가지가 넘는데다 주 원인이 되는 16과 18형 외에도 다른 번호의 바이러스로 암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본격적으로 암이 진행되기까지 10~15년 정도 걸리는 자궁경부암의 특성상 예방 접종과 정확한 정기 검진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낮은 게 현실이다. 국립암센터의 암 검진 수검행태 조사 결과(2015년),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은 비율이 65.6%로 미국(78.5%), 영국(78.4%) 등과 비교해 낮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암검진 권고안은 20세 이상 여성이면 증상이 없어도 자궁경부암 검사를 3년마다 받도록 권했다. 자궁경부암 단초가 되는 상피이형성증 등 병변을 조기 발견하면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암 진행을 막을 수 있어서다.

이런 추세를 감안해 지난해부터 자궁경부암의 국가암검진 연령이 낮춰졌다. 20대의 자궁경부암과 상피내암이 늘고 있어 검진 시작 연령을 30세에서 20세로 대폭 낮췄다. 성인 여성은 2년마다 무료로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세포검사는 자궁 경부를 솔로 문질러 떨어진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암세포를 가려내는 것이다. 다만 검사 정확도가 75~85%여서 주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정확도를 높이려고 HPV 검사나 자궁경부확대촬영 등을 같이 시행할 수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지난해부터 만 12세 여자 어린이는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을 무료로 접종할 수 있어 자궁경부암 예방에 청신호가 켜졌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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