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16일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 시 주석과의 만남은 독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베트남의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의 회담에 이은 세 번째지만, 문 대통령이 처음 중국을 방문해 갖는 시 주석과의 실질적인 첫 양자회담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회담의 의제는 크게 세 가지다. 사드 문제, 북핵 문제, 그리고 경제교류 활성화를 포함한 양국 관계 정상화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 전망은 밝지 않다. 이번 회담을 통해 한중 관계를 완전 정상궤도로 복원하고, 북핵 문제에서도 일정 공감대를 끌어낸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지만, 우려했던 대로 ‘3불 합의’에 대한 이견이 발목을 잡고 있다. 청와대는 어제 문 대통령 방중 일정을 발표하면서 “공동성명은 채택하지 않고 공동언론발표문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상회담 뒤의 공동 기자회견도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역대 한중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 빠짐없이 채택된 전례를 생각하면 극히 이례적이다. 3불 합의와 후속조치에 대한 입장 차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사드 문제는 거론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논의에 그치도록 한다는 정부 생각과 달리 중국은 사드가 한중 관계에서 우선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입장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 세미나에서 3불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의 후속조치를 재차 압박했다. 사드 문제로 정상회담이 사실상 파행으로 치러지면서 중국의 전면적 경제보복 해제, 한중 관계 완전 복원도 당분간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북핵 문제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화성-15형’ 미사일 발사 당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국의 보다 강력한 역할을 주문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공급 중단 등 보다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그러나 왕 부장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결의에 부합하지 않는 요구나 일방적 제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 이런 관측에 찬물을 끼얹었다. 오히려 반복적으로 주장해 온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언급해 결과적으로 북핵 접근법에 대한 이견만 노정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성과를 모두 얻어내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 우선은 3불 문제에 대한 중국의 압박 수위를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다. 정부가 3불 합의 관련 잡음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하고, ‘화성-15형’ 미사일 발사로 급변한 북핵 정국의 심각성을 강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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