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실적 개선 기여 호재
글로벌 경기 둔화로 악재 될 수도
강(强)달러 여파로 환율을 비롯해 금 원유 등 원자재시장이 요동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파장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환율이 오르고 원자재값이 내리면 수출 단가와 원자재 수입비용이 동시에 낮아질 수 있는 만큼 국내 경제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라는 견해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의 근원이 글로벌 경기 둔화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오히려 악재로 돌아오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1.5원 오른 1,165.1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장중 한때 1,166.20원까지 상승, 지난 2012년 6월14일(고가 1168.1원) 이후 3년여만에 최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불과 한달 새 상승폭이 67원이 넘는다.
반면 글로벌 상품 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은 바닥 모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금값은 온스당 1,100달러선이 붕괴되는 등 201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고, 국제유가는 올해 초 배럴당 40달러대로 급락한 후 최근 50달러 초반에서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다. 경기 지표가 개선되면서 금리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의 달러화에만 돈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경제에는 일단 호재인 것이 분명하다. 당장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자동차 기계 등 올 상반기 일본 엔화 약세로 고전했던 기업들 입장에선 단비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세 역시 기업의 수입 비용 감소에 긍정적 역할이 기대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 수입은 총수입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10% 하락할 경우 생산비가 0.76%포인트 감축되는 등 글로벌 주요국 중 저유가 수혜가 가장 높다는 분석도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최근 기업들의 수출이 부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상승이 경제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며 “환율과 수출의 시차가 있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쯤 개선 효과가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낙관적인 요인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자원보유국들의 경기 급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심혜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원 신흥국의 경우 주문취소가 나타나거나 수출대금 미회수, 불만 제기 증가 등의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동 등 신흥국들의 수주가 많은 건설업이나 조선업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달러화보다 엔화와 위안화 대비 환율 추이가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품목들의 경우 일본 엔화의 약세가 추가로 지속될 경우 환율 상승 효과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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