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14일 ‘마크맨’ 카카오톡 대화방(카톡방)을 개설했습니다. 이를 두고 김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 직접 뛰겠다는 의지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마크맨이란 농구에서 공격 팀 선수들을 일대일로 방어하는 수비 팀 선수들을 뜻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주로 대선주자들을 전담하는 기자들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정치부 기자들은 대선이 다가오면 각 주자마다 담당을 정해 대부분의 일정을 함께하면서 끊임없이 관련 기사를 작성합니다. 대선 때 언론에 보도되는 주요 정치인들의 ‘말’은 모두 마크맨들의 취재 결과인 셈이죠. 5년 전과 달리 이번 대선에선 각 주자들은 본격 행보를 시작하면서 일정을 공유하는 한편으로, 마크맨과의 소통을 도모하고 메시지 일원화를 위해 대변인이나 실무진, 기자들이 포함된 카톡방을 속속 개설하는 게 특징입니다. 이 대열에 그간 ‘킹이냐, 킹메이커냐’를 두고 설왕설래했던 김 전 대표도 가세한 겁니다.
김 전 대표는 같은 날 마크맨 카톡방에 관해 취재진들이 묻자 웃으며 "내가 만든 게 아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죠. 김 전 대표 측 관계자 역시 “일정을 공지하기 위한 대화방일 뿐 대선 출마와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정치권 관계자는 “김 전 대표가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제외한 제3지대 연대를 통해 대선구도를 바꿔보기 위해 탈당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탈당 후 여러 정치권 인사들과의 만남을 이어가는 그의 움직임을 주목해달라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실제 김 전 대표는 탈당 당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부터 정의화 전 국회의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김무성 바른정당 고문,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을 연달아 만나면서 제3지대 빅텐트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독자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조만간 김 전 대표와 다시 만나 제법 규모 있는 텐트를 펼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김 전 대표가 선수로 직접 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이에 대한 견제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김 전 대표는 16일 제3지대 세력 규합을 위해 정 전 의장, 정 전 총리, 남경필 경기지사에 더해 손 전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등과의 조찬 회동을 추진했습니다. 이에 손 전 대표와 안 지사, 유 의원 등은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취소됐거든요. 유 의원은 불참 이유에 대해 “원칙이 있는 그런 모임 같으면 가겠는데, 그런 거 없이 만나기만 하는 그런 모임 같으면 저는 모르겠다"면서 "좀 거리를 둘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불복으로 정권 심판론이 다시 불 붙고 정치권의 개헌 시도도 역풍에 부딪히는 등 김 전 대표의 빅텐트가 현실화 되기까지는 장애물이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이에 뒤질세라 ‘군소후보’로 분류되는 민주당 소속 최성 고양시장과 국민의당 박주선 국회 부의장도 최근 마크맨 카톡방을 열면서 ‘대선주자’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어느 대선보다 주자들이 5월의 조기 대선, 마크맨들에게 ‘카톡’ 알람은 당분간 끊임없이 울릴 것으로 보입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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