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주 기자

등록 : 2017.03.20 04:40
수정 : 2017.03.20 04:40

한치 앞도 안보이는 ‘깜깜이 대선’

등록 : 2017.03.20 04:40
수정 : 2017.03.20 04:40

①사라진 이념ㆍ지역ㆍ세대 구도

②정책 대결 없고 선동 구호만

③다자냐 양자냐 여전히 안갯속

④대선 판 바꿀 가짜 뉴스 위력

⑤인수위 없어…선거후 더 걱정

게티이미지뱅크

5월 9일 19대 대선이 20일 D-50일로 코앞에 다가왔다. 그러나 이른바 ‘장미대선’의 날짜를 제외하고는 모든 게 불확실하다.

각당 경선 레이스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결선 구도가 현재의 5자 대결이 될지 아니면 합종연횡 끝에 3자나 양자 대결이 될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정상적으로 단축된 대선 일정 속에 정책과 시대정신은 실종됐으며 정치공학만 난무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까지 겹치면서 보수 표심이 방황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은 역대급으로 치닫고 있다.

무너진 보수, 사라진 이념ㆍ세대 구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보수 진영은 갈 길을 잃었으며 대선 운동장은 더욱 가파르게 야권으로 기울고 있다. 그러면서 실망한 보수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기존의 이념ㆍ지역ㆍ세대 간 대결 구도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보수 진영의 근거지였던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50%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고, TK 지역과 60대 이상 연령대에서 안희정 충남지사,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 내 중도 온건 성향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도 두드러졌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이번 선거는 2007년과 판박이다”며 “당시 이명박 후보가 경제살리기를 앞세운 진보정권 10년 심판론에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호응했듯, 이번에는 탄핵과 보수정권 10년 심판론에 이념이나 지역 세대 구분 없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의 붕괴로 진영 간 정책 대결이 실종되면서 선거는 깜깜이 양상이 되고 있다. 야권 후보들은 물론 보수 주자들도 탄핵 정국 이후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며 적폐청산, 대개혁 등을 외치고 있지만,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해선 구체적 전선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 및 증세 담론 등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진영 간의 정책 대결이 주요 판단의 잣대가 됐던 것과 비교된다.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경제민주화나 복지 등 지난 대선 담론을 각론화 시켜 논의를 발전시켜야 하는 시기인데,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선동 구호만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도의 불확실성, 시나리오만 난무

원내에 진출한 5당이 각기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을 진행하고 있지만 최종 구도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세론 속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중도 연합론’이나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의 ‘보수 대연합론’이 거론되는가 하면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양자 대결구도까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김종인 민주당 전 비대위 대표 주도의 이른바 ‘제3지대 빅텐트’의 성사 여부도 이번 대선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제3지대 세력화를 노리는 쪽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한 김 전 대표와 바른정당, 국민의당, 나아가 자유한국당까지 뭉쳐 문재인에 맞설 단일후보를 만들어내겠다는 게 최종 구상일 것”이라면서 “미래비전과 시대정신은 실종되고 정치공학만 난무하는 대선으로 흘러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물론 향후 대선이 어떤 대결 구도로 전개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3지대 빅텐트론을 비롯한 반문연대의 현실화 가능성도 의견이 분분하다. 각 정당과 주자들의 지지기반이 상충하고,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려 공통분모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에 합종연횡을 통한 반문 연대 성사를 낮게 보는 관측도 없지 않다. 그러나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본부장은 “사드 문제 등 안보 이슈로 전선이 만들어지면 반문재인 단일 세력이 형성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거 이후 역대급 혼돈 우려도

대선 일정이 비정상적으로 단축되면서 정상적인 후보 검증은 실종되고 TV토론회 등을 통한 이미지 선거로 흐를 공산도 커졌다. 이에 의도적으로 조작된 허위정보가 SNS을 통해 생산, 유통되는 가짜 뉴스(페이크 뉴스)의 광풍이 우려되고 있다. 대선 구도가 ‘문재인이냐, 아니냐’의 흐름으로 고착화될 경우, 나머지 주자들과 진영에선 대세론을 흔들기 위해 각종 네거티브 전에 골몰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50일의 짧은 대선 레이스에서 가짜 뉴스의 위력은 그만큼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지난 미국 대선에서도 ‘힐러리, 국제 테러단체에 무기 판매’, ‘이메일 스캔들로 선거 뒤 구속될 것’이라는 식의 가짜 뉴스가 대선 결과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보고서를 방증으로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대선의 불확실성이 차기 정부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대선의 승자는 인수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청와대로 직행해야 한다. 탄핵 이후 국정 공백이 지속된 상황에서, 정상적인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채 국정운영에 나서야 하는 만큼 혼란이 불가피 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선 레이스에 들어가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등 발등에 떨어진 현안에 대해선 구체적 정책을 내놓고 미리부터 정책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섀도우 캐비닛(예비내각)’에 준하는 인사 구성 준비를 주문하지만 공무원들의 줄 서기나 관가의 정치화를 더욱 부채질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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