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연준의장 경제 과열 대비
"기준금리 연내 인상" 못박아
경제 전문가들 9월에 무게
신흥국들 '긴축 발작' 재연 우려
미국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겠다는 뜻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2008년 이후 7년 가까이 제로 수준(연 0~0.25%)에 묶어 놓았던 금리를 올 하반기부터 ‘정상화’하겠다는 의미다. 주요국의 엇갈린 경제상황에도 불구, 넘치는 돈의 힘으로 지탱해 온 글로벌 금융시장에 또다시 핵폭풍이 몰아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4일 외신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서 가진 강연에서 미국 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면서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기준금리 목표치 상향 및 통화정책 정상화 조치를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준금리는 여러 해에 걸쳐 정상 수준까지 오르게 될 것”이라며 점진적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미 통화당국 수장의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연내로 못박았다’는 해석에 힘이 쏠리고 있다. 옐런 의장은 이날 특히 “고용과 물가가 연준의 목표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통화 긴축정책을 늦췄다가는 경제가 과열될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 위원 대부분이 연내 인상을 적당하다고 본다”(3월18일 연준 기자회견)든가, “하반기 정도엔 금리인상이 정당화될 수 있을 것”(3월27일 토론회)이라는 이전의 ‘에두른’ 발언에 비해 금리인상의 불가피성을 명시했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
들쭉날쭉한 미국의 경기지표를 근거로 일부 연준 위원까지 가세했던 금리인상 연기론은 한풀 꺾일 전망이다. 옐런 의장은 최근 시장에 충격을 준 미국의 1분기 성장률 부진(전분기 대비 0.2% 성장)에 대해 “통계적 잡음(자료상 오류)이 섞인 것 같다”며 “29일 발표될 성장률 수정치는 이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준은 다만 옐런의 강연 하루 전에 공개한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4월 회의록을 통해 다음달 당장 금리를 올리진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식 채권 시장이 고평가됐다”는 이달 초 옐런의 발언에 이어 시장에 ‘거품’을 걷어낼 준비기간을 부여한 셈이다.
시장에선 당장 ‘9월 금리 인상설’이 유력하게 부상하고 있다. 연준이 중시하는 물가ㆍ고용 지표가 최근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고려한 전망이다. 이달 블룸버그의 경제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54명 중 42명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9월로 지목했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연준의 점진적 금리 인상 입장에 비춰 연내 한두 차례 인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저금리에 힘입어 호황을 누려온 전세계 금융시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가시화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신흥국에선 2013년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종료 시사 발언 때처럼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꺼번에 대량 유출되는 이른바 ‘긴축 발작’이 재연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옐런 등 FOMC 위원들 역시 4월 회의록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데다, 양적완화를 시행 중인 유럽 또한 국채매입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어 한국 증시 역시 외국인 매수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한편에선 유럽ㆍ일본의 양적완화가 유지되고 중국 또한 금리 인하에 나섰기 때문에 미국 금리인상 충격을 흡수할 만큼의 유동성이 계속 공급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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