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중간 간부급 검사의 금품 수수 사실을 확인하고도 정식 감찰 도중 돌연 사표를 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표 수리로 감찰을 중단한 것이어서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검찰 등에 따르면 대검찰청 감찰본부(본부장 이준호)는 지난 5월 A 전 검사(당시 부부장 검사)가 2011년 지방의 한 검찰청에 근무하던 당시 비리에 관한 익명의 투서를 접수했다. A 전 검사가 금품을 수수하고 기혼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내용이다.
감찰에 착수한 감찰본부는 A 전 검사가 B씨가 대표이사인 S골프장 내 식당 여주인 C씨로부터 지난해 1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수수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감찰본부는 초등학교 동창인 C씨가 A 검사의 해외연수 직전 장도금을 준 것이어서 중징계 사유가 안 된다며 A 전 검사의 사표 제출을 받아들이고 김진태 검찰총장에게 보고해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A 전 검사가 C씨의 소개로 만난 기혼 여성 공무원 D씨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투서 내용에 대해서는 D씨가 참고인 조사 출석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확인도 하지 못했다. A 전 검사가 뇌물공여 등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된 골프장 대표 B씨의 공소유지를 맡았었고, 해당 골프장에서 후배들이나 C씨와 수 차례 골프를 친 사실도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
감찰본부는 A 전 검사가 B씨를 강도 높게 신문한 조사실 영상만 보고 형사상 도움을 준 사실이나 관련 금품수수가 없다고 판단했다. 골프 비용도 C씨와 번갈아 지불하는 등 B씨 등으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뇌물죄의 경우 직무관련성만 있으면 인정되며, 대가성을 규명할 필요는 없다는 점에서 느슨한 판단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감찰본부는 A 전 검사가 사표를 제출했을 때 법무부에 ‘면직을 제한할 사유가 없음’이라고 통보, 어떤 징계도 받지 않은 채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다. 감찰본부는 ‘비위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대통령 훈령 143호)’이 검사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 의원 면직을 제한하고 있지만, 단서규정에서 검찰의 경우 중징계에 해당하는 경우로 적용을 한정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이 같이 처리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 징계양정 기준 상 견책 등 경징계 사유에 해당해 법무부에 이같이 회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검 감찰본부에 근무했던 한 전직 검사는 “검사 비리 투서가 접수돼 정식 감찰에 착수하고도,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해당 검사가 사표를 제출하면 감찰을 중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검찰이 비위 내용이 외부에 노출되기 전에 사건을 서둘러 덮어 ‘제식구 감싸기’를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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