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국정교과서 집필기준을 따르도록 해 논란이 됐던 중ㆍ고교 역사 검정교과서의 집필기준의 변경이 추진되며, 현장 적용이 1년 이상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정교과서는 역사 왜곡 논란으로 빚은 국정교과서를 대체하게 되지만 개발 기간이 1년도 채 안 돼 ‘졸속 교과서’라는 비판이 있었다.
25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 자문위원인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교육부 업무보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ㆍ검정 혼용체제 폐기 이후로 검정교과서 집필 절차뿐만 아니라 기준에 대해서도 재논의 해달라고 교육부에 당부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8월 3일로 예정된 검정교과서 심사본 제출 마감시한이 촉박하기 때문에 해당 시점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교육부는 오는 8월 3일로 예정된 검정교과서 심사본 제출 시한을 12월 이후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현재 검정교과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내년 학교 현장 적용을 목표로 만들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갑작스레 국ㆍ검정 혼용 결정을 내린 후 2월에야 검정교과서 개발이 본격화 되면서 집필 기간이 6개월 남짓밖에 안 돼 집필자들의 반발이 컸다. 역사교육학계에서는 2019년이나 2020년 적용을 주장하고 있는데, 각 학교에서는 검정교과서 배포 때까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검ㆍ인정 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더욱이 검정교과서의 편찬 기준이 폐기된 국정교과서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편찬 기준 자체 수정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은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나 친일파 행적 축소 부분 등 논란이 된 부분이 상당했다. 검정교과서를 집필하고 있는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집필기준은 전근대사 비중이 현대사보다 너무 크다는 점 등 고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며 “이대로 검정교과서가 탄생할 경우 국정교과서의 복사본밖에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새로운 편찬기준 마련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예상된다. 또 다른 검정교과서 집필자는 “같은 역사과 교육과목인 동아시아사나 세계사 검정교과서의 경우에는 인쇄만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사 집필 기준만 바뀌면 내용상 충돌이 발생할 할 수 있다”며 “정부 주도의 편찬 기준 수정도 또다시 개입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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