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에 한동안 침묵해왔던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포스트 싱가포르’ 국면에서 재등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 장관이 대북 협상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대북 강경 매파인 볼턴 보좌관을 활용해 협상력을 제고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의도로 풀이된다.
볼턴 보좌관은 20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길게 늘어지고 지연되는 회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도 진지하다면 마찬가지로 빨리 움직이길 원해야 한다”며 북한에 빠른 비핵화 협상을 촉구했다.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차 방중 등으로 비핵화 협상에 시간을 끄는 데 대한 견제구인 셈이다. 그는 또 “대통령은 그들이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걸 매우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진짜 증거와 손에 만질 수 있는 구체적 비핵화 조치를 얻을 때까지는 제재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이 TV 방송에 출연해 북핵 문제에 입을 연 것은 지난달 김계관 북한 외무성 1부상의 반발 성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보좌관이 거론한 ‘리비아 모델’과 선을 그은 이후로 처음이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에 열의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볼턴 보좌관의 발언에 화를 냈던 것으로 전해져, 볼턴 보좌관의 긴 침묵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단속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역으로 보면 볼턴 보좌관이 북한 문제를 다시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입을 재차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실렸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북미 정상회담의 전면에 폼페이오 장관이 나서고, 그 후방에서 볼턴 보좌관이 견제 역할을 맡는 모양새로 북한에 대한 당근과 채찍의 균형 잡기 전략으로 분석된다. 북한 측과 얼굴을 맞대며 협상해야 하는 폼페이오 장관이 하기 어려운 말들을 볼턴 보좌관이 맡아서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볼턴 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취소 결정 당시 영향을 미치는 등 북미 협상을 의도적으로 깨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그의 마이웨이로 대북 노선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없지 않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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