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죄인들을 처형하던 장소이면서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를 거치면서 가장 많은 천주교 신자가 숨진 서울 서소문근린공원 터. 현재는 주민들의 체육 시설로 쓰이는 이 곳이 조선 후기 역사를 기념하는 역사공원으로 탈바꿈 한다.
서울시와 중구청 등은 서울 중구 의주로2가 서소문근린공원의 용도를 '근린'공원에서 '역사'공원으로 바꾸고 현재 공원의 지하 1~2층 공간에 조선 후기 종교박해의 아픈 역사 기록물을 전시하는 기념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사업 주체인 중구는 2만여 ㎡ 규모의 서소문근린공원에 조선시대 역사기념관 겸 천주교 순교자 성지 관련시설을 건립한다는 계획을 작년부터 세웠지만 현 서소문근린공원 부지 2만여 ㎡의 중 94%에 달하는 1만7,000여㎡가 국유지여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로부터 국유지 사용을 허가 받아 사업 추진에 박차가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와 중구에 따르면 공원 부지 지하에 조선 후기의 정치, 천주교 탄압, 서소문 처형장의 역사 등을 테마로 한 2층 규모의 기념관이 설치될 예정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특정 종교를 위해 만드는 기념관이 아닌 종교 탄압의 역사를 빼놓고 설명하기 힘든 조선 후기 역사를 알리기 위해 진행하는 사업"이라며 "가령 기해박해는 표면적으로는 천주교를 박해한 사건이지만, 실제는 안동 김씨로부터 권력을 탈취하려는 풍양 조씨가 배후인 것처럼 역사적인 사건을 배우고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사업 완료 시점을 2017년으로 보고 있다. 시 관계자는 "올해까지 국비와 시비를 어떻게 분배할지를 결정하고, 내년부터 역사공원에 어떤 콘텐츠를 넣을지 아이디어를 공모할 것"이라며 "2015년 조성에 들어가면 개관까지 2년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은 정부와 서울시, 중구청이 50%, 30%, 20%의 비율로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서소문근린공원이 역사공원으로 탈바꿈하면 한양 도성 밖의 처형지라는 역사적 가치와 함께 4대문과 서울역과의 거리도 가까워 인기 있는 관광상품이 될 전망이다.
구 관계자는 "역사적 장소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기념관을 신중하게 기획할 것"이라며 "처형장이었다는 아픔이 서려있지만 독일의 아우슈비츠처럼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소문근린공원 지하에는 현재 약 1,3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과 중구자원재활용처리장 및 화훼상가가 들어서 있다. 중구는 기존 사업장에 피해가 가는 부분이 없도록 이전 계획을 수립할 방침이다.
글ㆍ사진=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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