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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가 40년 만에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부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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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백호가 40년 만에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부른 이유

입력
2017.03.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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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가수 데뷔 40주년을 맞아 9집 앨범 ‘불혹’을 낸 최백호는 "완벽한 건 없다"고 했다. 매끈한 것 보다 빈 듯 해도 자연스럽게 노래하자는 게 노장의 철학이다. 인넥스트트레드 제공
올해 가수 데뷔 40주년을 맞아 9집 앨범 ‘불혹’을 낸 최백호는 "완벽한 건 없다"고 했다. 매끈한 것 보다 빈 듯 해도 자연스럽게 노래하자는 게 노장의 철학이다. 인넥스트트레드 제공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낙엽 지면 서러움이 더해요.” 가수 최백호(67)는 1977년에 낸 노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40년 만에 다시 녹음했다.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데뷔 곡으로 올해로 불혹을 맞는 가수 인생을 되돌아 보기 위해서다.

사연이 있는 노래라 각별하기도 했다. 최백호는 스무 살이 되던 어느 해 가을, 어머니를 여의었다. 사무치는 그리움에 노트에 메모를 하며 슬픔을 달랬다. 가수가 되리라곤 꿈도 꾸지 못한 시절 썼던 청년 때 일이다. 그는 7년 뒤 이 메모를 다시 꺼냈다. 그리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란 제목을 붙여 곡을 만들어 세상에 냈다. 최백호가 겪은 슬픔이 담긴 노래는 누군가의 슬픔을 보듬는 위로의 곡으로 40년을 불려왔다.

세월이 흐른 만큼, 노래도 변하기 마련이다. 최백호가 9일 낸 데뷔 40주년 기념 앨범 ‘불혹’에 실린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는 20대 그가 불렀던 노래보다 시리다. 독백처럼 거친 목소리로 뱉어내는 노래의 울림은 깊고, 넓었다. 세월의 공격을 견뎌 낸 그의 목소리와 감정에 ‘살’이 붙은 덕분이다. 이날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음악창작공간 뮤지스땅스에서 만난 최백호는 “곡이 더 절실하게 느껴지더라”며 말을 이었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는 노래였는데, 이제 내가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제가 이제 곧 떠날 때가 됐으니까요.”

최백호는 리메이크한 ‘내 마음 갈 곳을 잃어’와 신곡 ‘바다 끝’을 새 앨범의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신곡의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최백호는 ‘불혹’에 “나이가 들어가는 남자의 소회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이제 곧 일흔이 되는 데 사랑 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노장의 농담이었다.

그래서 나온 곡이 ‘하루종일’이다. 최백호는 “지인이 ‘나 요양원 들어가기로 했다’는 얘길 듣고 그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아 곡을 썼다”고 작업한 계기를 들려줬다. ‘바다 끝’도 사랑도 이별도 외로움도 바다 저 끝에 내려놓겠다는 심정을 담아 만든 노래란다.

가수 최백호(오른쪽)가 9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음악창작공간 뮤지스땅스에서 앨범' 불혹' 음악감상회에서 40년 가수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뮤지스땅스의 운영을 총괄하는 그는 11만원을 내고 행사 장소를 빌렸다. 인넥스트트레드
가수 최백호(오른쪽)가 9일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음악창작공간 뮤지스땅스에서 앨범' 불혹' 음악감상회에서 40년 가수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뮤지스땅스의 운영을 총괄하는 그는 11만원을 내고 행사 장소를 빌렸다. 인넥스트트레드

그렇다고 예스럽기 만한 앨범은 아니다. 아들 뻘 되는 후배 음악인 에코브릿지가 노장의 쓸쓸함을 피아노 한 대의 연주로 세련되게 극대화(‘바다 끝’)하는 식으로 프로듀싱을 해 새 옷을 입혔다. 에코브릿지는 “최백호 선배님의 목소리는 건드리면 그 매력이 사라지더라”며 최대한 날 것의 느낌을 살리려 했다고 설명했다. 최백호의 히트곡 ‘낭만에 대하여’도 그가 녹음실 부스에서 처음에 부른 곡을 앨범에 실었다. 최백호가 노래를 웬만하면 두 번 이상 부르지 않으려 해 처음엔 충격이었는데, 처음 부른 노래의 자연스러움이 워낙 강렬해 쓸 수 밖에 없었다고. 에코브릿지는 “최백호 선배님과의 작업이 음악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지금까지 많은 음악인들과 작업했는데 보통 한 곡 녹음할 때 4~10시간 씩 하거든요. 최백호 선배님과 앨범 작업을 하면서 라이브의 매력을 다시 찾는 기분이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음악을 위한 녹음이 아닌, 녹음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부르고 있는 게 아닌가란 반성도 하게 됐고요.”

최백호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와 ‘새들처럼’을, 그룹 어반자카파의 조현아와는 ‘지나간다’를 같이 불렀다. 후배 음악인들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그는 선배로서 최근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한류 견제로 현지 활동에 제동이 걸린 가수들을 위해 뼈 있는 충고도 했다. 그는 “우리가 언제부터 중국시장을 보고 살았나”라며 “이번 기회에 후배 가수들이 (음악적으로)내실을 다지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가수 인생으로 불혹이 된 그는 자신도 돌아봤다. 최백호는 앨범 재킷 사진에 ‘40년이라니… 사람으로 치면 불혹이라는 데 과연 지금의 나는 불혹의 경지인가?’란 글을 실었다. 음악인으로서 과연 주위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노래를 해 왔는지, 앞으로는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반문이다. “좀 돌아봐야겠다”며 답을 미룬 그는 11~1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를 시작으로 부산, 대구 등을 12월까지 돌며 관객들과 ‘불혹’에 대한 음악적 고민을 나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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