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본 방송사가 원폭사고의 진앙지인 후쿠시마(福島)현에서 이미 지난해 존재가 알려져 연구가 활발히 진행중인 방사능 물질을 최근 새롭게 발견된 것처럼 보도했다가 온라인에서 비난이 쏟아지자 기사를 삭제했다. 쓸데 없는 불안감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7주년을 닷새 앞둔 7일 일본 TBS는 후쿠시마 북부의 한 강에서 유리성분과 결합된 새로운 방사능 물질이 처음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 모양을 닮아 ‘세슘(방사능 오염 물질)볼’이라 불리는 이 물질은 크기가 초미세먼지 수준인 약 1마이크로미터(1㎜의 1,000분의 1)로 물에 녹지 않는다. 수용성 물질인 세슘과는 성질이 달라 체내 축적이 가능한 ‘변종 세슘’이 등장한 것이다.
TBS는 일본 기상연구소 주임연구원, 도쿄대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세슘볼이 강물을 따라 바다로 퍼졌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방송이 끝나자 현지 네티즌들은 ‘패닉’에 빠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에는 ‘세슘볼’과 관련된 글만 수백 건이 올라왔다. 야후 재팬 등 현지 포털 사이트에서는 세슘볼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게시물이 빗발쳤다.
하지만 TBS의 보도는 얼마 안 가 ‘뒷북’ 논란에 휩싸였다. 세슘볼의 존재는 지난해 이미 알려졌고, 이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중인 상황에 느닷없는 보도로 불안감만 조성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세슘볼이 인체에 위험한지, 위험하다면 얼마만큼의 양에 노출돼야 위험한지 등을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도 비판의 한 축이 됐다. 한 현지 네티즌은 “음모론에 가까운 이야기가 방송됐다”며 TBS를 비판했다.
세슘볼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현지 전문가들도 입장이 엇갈린다. 세슘볼이 이미 강, 바다 등에 퍼졌다고 해도 극히 미량이라 일상 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없다는 분석이 있는 반면, 세슘볼이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노출될 경우 피폭에 준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세슘볼의 위험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TBS는 해당 기사를 삭제했다.
한편, 일본 사회의 ‘방사능 공포’는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2013년 아사히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 95%는 “일본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지난해 3월 마이니치신문이 실시한 설문에서는 일본 국민의 75%가 “원전 재가동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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