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 제대로 직언 못한 책임
국무위원들 朴과 함께 사퇴해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등에도 반발
“국무위원 한 명이라도 대통령에게 제대로 직언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나라가 이 지경이 됐겠는가. 국민을 선택할 것인지 대통령을 선택할 것인지 결단하기 바란다. 황교안 국무총리, 국무위원들도 책임지고 사퇴하라.”
박원순 서울시장이 22일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해 작심 강경발언을 쏟아냈다. 박 시장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가 끝난 직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무위원들이 진정으로 국민을 걱정하기보다 대통령 의지 따라 행동해 무력감과 분노를 느꼈다”며 회의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국무회의 주요 안건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반대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사전 발언신청을 하고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 시장은 “14일 국방부가 양국간 실무 협의를 마치고 가서명이 체결됐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국민적 합의도 없이 쫓기듯 GSOMIA가 국무회의에 상정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국민적 신뢰를 상실한 대통령과 그 지시를 받은 내각이 국가적 중대사안을 강행 처리하고자 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며 “제국주의 침략의 가해자인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과거청산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 협정을 국민적 공감대마저 결여된 채 서둘러 추진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시장은 국무위원들과 장시간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법(특검법)’ 공포안과 관련해 법제처장과 법무부장관이 “고발 주체인 야당이 특검 추천권을 가지면 정치적 편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하자 박 시장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만든 법안을 형식성으로 반박하는 국무위원들 태도가 실망스럽다. 아직도 민심을 파악 못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현웅 법무장관을 향해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부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는 것인가. 검찰 수사가 틀린 게 있나. 앞으로 어떻게 국민에게 법치를 말하고 국민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말할 수 있겠냐”고 따졌고 이에 대해 김 장관은 대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박 시장에 따르면 GSOMIA와 관련해서는 30분 이상 공방이 오갔다.
박 시장은 “일부 국민이 반대한다”는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 다수당인 야 3당이 모두 반대하고 있고 오히려 국방장관 해임 결의를 공언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 “북핵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신속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는 “외교든 국방 사안이든 중요한 문제는 국민 합의와 토론 과정을 거쳐야 신뢰를 얻고 정책에 힘이 담긴다”고 반박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박 시장이 황교안 총리와 국무위원 사퇴를 요구하자 “국무위원이 모여 국정 논하는 자리에서 사퇴를 논의하는 게 정당하냐”고 반발했다. 이에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게 의결권은 없어도 발언권이 있는 이유는 국민 입장을 대변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강경 발언과 관계 없이 이날 국무회의에 상정된 특검법과 GSOMIA는 모두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유일한 야당 인사로 참석한 그는 “의결권이 없고 동조하는 사람 한 명도 없어 혼자 외롭게 투쟁한 셈”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자리였으면 국민 분노를 제대로 전달하고 싶었지만 국무위원에게 이야기한 것도 나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었다”며 “정치인과 지식인, 국민 모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다 보면 국민 요구가 결국 실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애국적 행동은 결국 본인이 모든 잘못을 깨끗이 시인하고 대통령으로서 사임하는 길”이라며 “국무위원들이 이 같은 주장에 동조하기는커녕 오히려 반발하는 것을 보면 이들도 대통령을 위기에 몰아넣은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