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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日 의도적 엔저 가속, 포괄적 대비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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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日 의도적 엔저 가속, 포괄적 대비책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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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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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제사회에 엔저(低)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각국 통화정책의 독자성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례적이지만, 그만큼 엔저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최 부총리는 그제 호주 케언즈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가 끝난 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에게 각각 “일본의 양적완화 속도가 너무 빨라 속도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에 따르면 중국 역시 우리와 같은 입장이어서 한중일 간 엔저를 둘러싼 신경전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국내에선 이미 엔저에 대한 우려가 파다해진 상황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에 이어 지난주에도 거듭 엔저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일본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할 경우, 원ㆍ엔 환율이 더 떨어져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어제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 원장은 급기야 “원화 대비 엔화 약세를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금리정책에 원ㆍ엔 환율 상황을 많이 반영해야 한다”며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필요성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일본 양적완화와 엔저에 대한 경제부총리와 한은총재 등의 잇단 우려 표명은 최근 엔저 상황이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을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원ㆍ엔 환율은 3년 전인 2011년 10월 평균 100엔 당 1,499원이었지만 최근 956원대를 기록, 약 36%나 하락했다. 특히 엔화 가치는 올 하반기 들어 자국 양적완화라는 고유 요인 외에,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 및 금리인상 가능성 변수와 맞물려 최근 2개월에만 7.3% 정도 급격히 하락했다. 반면 달러 강세에도 불구하고 원ㆍ달러는 1.4% 상승에 그쳐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충격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저 충격은 이미 국내 산업계 전반에 해일처럼 밀려 오고 있다. 과거 연평균 15%를 기록했던 수출증가율은 최근 2%대로 추락했다. 자동차 부문은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빅3의 2ㆍ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13% 증가한 반면, 우리 현대ㆍ기아차는 같은 기간 13~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는 G20 회의에서 “현재 1.3% 수준인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돈을 찍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원ㆍ엔 환율이 연말께 900원대 초반까지, 내년엔 2008년 2월말 이후 7년 만에 800원대까지 내려앉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G20 회의는 공동선언문에서 “통화정책은 경기회복을 지원하고 디플레이션 압력을 적기에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채택해 엔저를 사실상 용인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등에 따른 국제 금리 및 통화의 불확실성이 증폭돼 신흥국의 통화정책은 극도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국 등과 협력해 일본에 적절한 엔저 속도조절을 적극 요구해 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내부적으론 급격한 엔저 대응책으로 금리인하 적절성을 검토하는 등 추가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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