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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與 대선 후보 당선' 목표… 이슈마다 대국민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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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與 대선 후보 당선' 목표… 이슈마다 대국민 심리전

입력
2015.02.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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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후보, DJ·盧 묘역 참배에 "종북좌파 진영 멘붕에 빠져"

문재인 野 대선 후보 확정되자 "노무현 죽인 자" 원색적 글 확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9일 서울고법의 258쪽짜리 항소심 판결문에는 국정원이 저지른 불법 선거운동의 ‘민낯’이 낱낱이 드러나 있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대선 국면에서 주요 이슈가 터질 때마다 일반 국민을 가장해 여론몰이에 나섰다. ‘북한의 심리전 대응’이라는 본연의 임무는 내팽개치고 ‘여당 후보 당선’이라는 목표를 위해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펼친 것이다.

재판부가 “선거운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국정원의 댓글 활동은 박근혜 현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20일 이후부터다. 이 때부터 12월 19일까지 국정원의 선거 관련 글(인터넷 게시글ㆍ댓글ㆍ트윗ㆍ리트윗) 13만6,571건은 박근혜 후보 지지, 문재인ㆍ안철수 등 야당 후보들에 대한 반대로 일관했다.

2012년 8월 21일 박 후보는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로 첫 활동을 시작했다.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들은 “박근혜 대선 후보가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고 하니 종북좌파, 짝퉁진보 진영 멘붕에 빠졌나 보네요”라는 글들을 리트윗했다. 박 후보의 화합ㆍ포용 이미지를 부각시키려는 것이었다.

이 무렵 “룸살롱을 가보지 않았다”는 안 후보의 발언이 거짓말이라는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국정원은 “안철수의 거품은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룸싸롱 같이 갔다는 증언이 어디 한두 명이어야 안 믿죠. 거짓말은 또 대박 잘해요” 등과 같은 우파 논객들의 트윗을 1주일 이상 퍼날랐다. 안 후보에 대한 의혹과 논란을 확산시키려는 의도였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이 시작된 8월 25일부터 국정원은 비난 글을 반복해 리트윗했다. “문재인은 김대중, 노무현, 정동영과 비교해도 역대 최약체의 후보임에도 연전연승, 나머지 민통(민주통합당) 후보들이 얼마나 수준이 낮은지, 또한 민통의 게임의 룰이 절대적으로 편향되었다는 점을 드러내준 거죠”라는 글이 대표적이다.

9월 10일 박 후보는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 개의 법원 판결이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과거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국정원 직원들은 박 후보를 옹호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긍정 평가하는 우파 논객들의 글을 대량으로 리트윗하고, 직접 트윗도 올려 서로 리트윗했다. 한 심리전단 직원은 ‘yykk****’라는 계정으로 “박근혜 후보에게 과거 아버지의 잘못을 이유로 국민 앞에 사죄하라고 요구한다면 똑같은 논리로 국민들로부터 아버지가 남긴 큰 업적에 대한 보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 아닐까요”라는 트윗을 올렸다.

9월 16일 문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되자 국정원은 “노무현을 죽인 자가 바로 문재인이다. 노무현 비서실장으로 결국 부엉이 바위에 끌어올린 자는 문재인인 것이다” 등과 같은 원색적 비난 글들을 리트윗해 확산시켰다.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한 9월 19일 심리전단의 활동은 안 후보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퍼뜨리는 데 집중됐다. ‘dave******’ 계정으로 “이제 6개월에 걸친 간은 다보고 간철수에서 안철수로 돌아왔네… 그런데 딱지(딱지아파트 구매 논란)와 농지(농지 무상증여 탈세 논란)는 다 간 잘 친겨??”라는 트윗을 올렸고, “정치경력무, 유머감각무, 접촉가능성무. 3무가 안철수입니다. 떠밀려서 후보! 어쩌다가 후보!” 등의 글이 다음날까지 리트윗됐다.

10월과 11월에는 문 후보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에 대해 “요즘 들어 과거 좌파 정부의 국가관이 새롭게 보입니다”(10월 12일, shore***), 무상복지 확대ㆍ축소 논란과 관련해선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복지공약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11월 1일, jogi***) 등의 트윗을 올렸다. 특히 11월 6일부터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협상에 국정원은 매우 기민하게 대응했다. “스와핑은 자유민주의 파괴행위다”(11월 9일, 리트윗) “남자들이 왜 그러냐? 쫌팽이도 이런 쫌팽이들이 없어 보인다”(11월 11일, 리트윗) 등이 줄을 이었다.

이 밖에도 ▦과거사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박 후보의 사과 발언(9월 24일) ▦안 후보의 다운계약서ㆍ논문표절 논란(9월 27~28일) ▦대선후보 1차 TV토론(12월 5~6일) 등 주요 이슈마다 국정원 직원들의 여론 조작은 계속됐다. 법원은 이에 대해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과정에 개입해 이를 왜곡한 것이고, 국민의 합리적인 정치적 선택권 보장을 위해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부여한 평등한 자유경쟁기회를 침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격한 상명하복 체계에서 직원들이 국정원장의 지시와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일탈한 행위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기 때문에” 원 전 원장이 불법 선거운동의 책임이 있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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