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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는 잊어라…유네스코 지질공원 청송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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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는 잊어라…유네스코 지질공원 청송 재발견

입력
2017.07.0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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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 관음전 뒤편으로 주왕산 기암이 위용을 드러낸다. 청송은 제주에 이어 국내 2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렸다. 청송=최흥수기자
대전사 관음전 뒤편으로 주왕산 기암이 위용을 드러낸다. 청송은 제주에 이어 국내 2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이름을 올렸다. 청송=최흥수기자

청송은 억울하다. ‘푸른 소나무’라는 이름에 교도소 혹은 보호감호소라는 명칭이 뒤따라 붙는 순간, 고고함은 사라지고 군 전체가 함부로 발들이지 못할 곳으로 인식된다. 교도소가 청송을 삼킨 형국이다. 청송교도소는 2010년 정식 명칭을 경북북부교도소로 바꿨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청송교도소로 부른다. 흉악범과 강력범이 날뛰는 것도 아닌데 인식의 역전에서 비롯한 억울함이 쉽사리 사라지지는 않을 듯하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주왕산을 다시 보다

최근 청송을 다시 봐야 할 이유가 생겼다. 지난 5월 청송은 제주에 이어 국내 2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세계지질공원을 ‘특별한 과학적 중요성, 희귀성 또는 아름다움을 지닌 지질현장으로서 지질학적 중요성뿐만 아니라 생태학적, 고고학적, 역사적, 문화적 가치도 함께 지니고 있는 지역’으로 정의한다.

주왕산 산책로를 한 굽이 돌 때마다 거대한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연꽃을 닮은 연화봉 모습.
주왕산 산책로를 한 굽이 돌 때마다 거대한 바위봉우리가 나타난다. 연꽃을 닮은 연화봉 모습.
길쭉한 얼굴 모양의 급수대.
길쭉한 얼굴 모양의 급수대.
급수대 아래쪽엔 길쭉한 주상절리가 매달려 있다.
급수대 아래쪽엔 길쭉한 주상절리가 매달려 있다.

청송 지질공원의 핵심은 역시 주왕산, 24곳의 지질명소 중 9곳이 주왕산에 집중돼 있다. 중국 당나라 때 스스로를 주왕(周王)이라 칭하고 반란을 일으키다 패주한 인물이 숨어든 산이라는 그리 달갑지 않은 전설은 이제 잊어도 좋다. 그보다 명징한 수 십 억년 지구의 역사가 계곡과 봉우리 곳곳에 새겨져 있으니. 주왕산의 바위봉우리는 웅장하지만 날카롭지 않고, 부드럽지만 위엄 있다. 전체적으로 산세가 푸근하고 정감이 넘친다.

주왕산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대조사 관음전 뒤편에 우뚝 솟은 바위봉우리, 기암(旗巖)이다. 이곳도 주왕의 군사가 깃발을 꽂았다는 전설 때문에 붙은 이름이지만, 생김새로만 보면 영락없이 기이한 형태의 바위, 기암(奇巖)이다. 주왕산 일대에서는 아홉 번 이상 화산폭발이 있었고, 그때마다 뜨거운 용암에 화산재가 쌓이고 엉겨 붙으면서 굳어진 바위다. 이 바위가 급격히 냉각될 때 틈새로 스며든 물이 얼면서 세로로 침식 현상이 일어나 지금처럼 여러 조각으로 갈라진 깎아지른 낭떠러지, 즉 단애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계곡을 따라 평탄하게 난 길을 오르면, 한 굽이 돌 때마다 기암처럼 커다란 바위봉우리가 번갈아 나타난다. 갓 피어나는 연꽃봉오리를 닮은 연화봉, 시루떡을 쌓아 놓은 것처럼 생겼다는 시루봉, 물 흐른 자국 선명한 급수대 등은 하나하나가 자연이 빚은 거대한 석조각이다. 그 중 급수대는 신라 무열왕 6대손인 김주원이 왕위를 양보하고 은신한 곳이라는 이야기가 전하는 곳으로, 계곡물을 봉우리 위 대궐까지 길어 올렸다는 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이곳 해설사는 영화 ‘아바타’에 등장하는 ‘나비족’의 얼굴모양을 닮은 것 같다고 했다가, 연로한 어르신에게 혼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로 그 나비족의 길쭉한 코밑엔 청송지질공원이 자랑하는 주상절리가 뚜렷하다. 화산재가 굳은 응회암이 빠르게 식는 과정에서 형성된 각진 돌기둥이 코밑에서부터 수십 갈래 아래로 뻗어있다. 인자한 할아버지의 멋진 수염이라고 했으면 칭찬을 받지 않았을까.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모양이라는 시루봉. 옆 모습은 사람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모양이라는 시루봉. 옆 모습은 사람의 얼굴을 연상시킨다.
3단 폭포가 형성된 용추협곡 부근이 주왕산의 핵심 지구다.
3단 폭포가 형성된 용추협곡 부근이 주왕산의 핵심 지구다.
웅장하지만 부드러운 주왕산 바위능선. 왼쪽부터 연화봉, 병풍바위, 급수대.
웅장하지만 부드러운 주왕산 바위능선. 왼쪽부터 연화봉, 병풍바위, 급수대.

시루봉 인근의 용추협곡은 주왕산에서 경관이 가장 뛰어난 곳이다. 수직으로 깎인 바위가 절벽을 이룬 좁은 계곡을 통과하면 용이 승천했다는 용추폭포가 3단으로 떨어진다. 시원한 물소리와 청아한 물빛에 넋을 놓고 있으면 속세와 천상을 가르는 협곡이라는 수식이 크게 과장은 아니다. 선녀탕과 구룡소라고 부르는 상부 2개 폭포의 소(沼)는 자갈과 물이 소용돌이치면서 깎아낸 바위 구멍으로, 커다란 물 항아리를 연상시킨다. 등산로는 여러 갈래로 이어지지만 여기까지 이르면 지질공원 주왕산의 핵심은 얼추 둘러본 셈이다. 주차장에서 용추폭포까지 2.2km 산책로는 대체로 평탄해 2시간 남짓이면 왕복할 수 있다.

자갈의 마찰로 빚은 절경은 주왕산에서 약 20km 떨어진 안덕면 신성계곡에 더욱 또렷이 남아 있다. 백옥같이 하얀 돌이 반짝이는 개울, 백석탄(白石灘)이다. 오랜 세월 물살에 깎여 반질반질해진 바위에 절구 모양의 구멍이 군데군데 뚫려 있어 조각전시장을 보는 듯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하얀 바위와 옥빛 물색이 신비로움을 연출해 사진 찍는 사람들에게는 꽤 알려진 곳이다.

소용돌이에 쓸린 자갈이 바위와 마찰해 빚은 닳아 빚은 백석탄.
소용돌이에 쓸린 자갈이 바위와 마찰해 빚은 닳아 빚은 백석탄.
낙엽 아래 하얀 얼음을 간직한 얼음골 너덜바위.
낙엽 아래 하얀 얼음을 간직한 얼음골 너덜바위.
영상 7도의 차가운 얼음골 약수.
영상 7도의 차가운 얼음골 약수.

주왕산에서 영덕 방향으로 18km 떨어진 부동면에는 한여름에 더욱 좋은 지질명소가 있다. 바위틈에서 찬바람이 숭숭 나오는 얼음골이다. 탕건봉 절벽 아래 너덜지대에서 차갑고 습한 공기가 빠져나오면서 주변의 온도를 낮추는, 일종의 에어컨 원리가 작동하는 계곡이다. 얇은 낙엽을 걷으면 한여름에도 하얀 얼음이 드러난다. 여행객들은 너덜지대 경사면과 계곡이 만나는 제방에 앉아 찬바람을 맞는다. 깔고 앉을 수건이나 자리를 지참하는 것이 필수다. 영상 7도를 유지하는 차가운 약수로도 유명하다.

꽃돌에 새겨진 수 천만년 지구의 역사

부동면 주왕산관광지의 수석꽃돌박물관은 청송에만 있는 특이한 박물관이다. 꽃돌은 마그마가 암석의 틈으로 스며들어 둥그런 모양을 형성한 ‘구과상유문암’에서 발견되는 꽃무늬 돌이다. 용암이 지표 얕은 곳까지 올라와 빠르게 냉각될 때 형성되는 것으로, 청송꽃돌은 마그마의 조화가 빚은 천연 예술품이다.

수석꽃돌박물관의 다양한 청송꽃돌.
수석꽃돌박물관의 다양한 청송꽃돌.
수석꽃돌박물관의 다양한 청송꽃돌.
수석꽃돌박물관의 다양한 청송꽃돌.
수석꽃돌박물관의 다양한 청송꽃돌.
수석꽃돌박물관의 다양한 청송꽃돌.

전 세계적으로 100여 곳에서 꽃돌이 발견되는데, 그 중 청송꽃돌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문양의 선명함과 다양성에서 단연 으뜸이다. 청송꽃돌은 지질학자보다 수석(壽石) 수집가들에게 먼저 알려졌다. 지금은 채취가 금지됐지만, 40여년 전 진보면 괴정리 일대에서 꽃돌 광맥을 발견한 후 꽃돌광산이 성행하기도 했다. 단순한 돌이 아니라 보석으로 대접받은 셈이다. 박물관에는 청송군이 매입하거나 대여한 60~70점의 다양한 꽃돌을 전시하고 있다. 돌을 자르고 다듬는 과정을 거쳐 드러난 해바라기, 국화, 장미, 목단 등 정교한 꽃무늬 작품이 지질공원 청송을 자랑하고 있다. 예술가나 석공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수 천만년 지구의 작품이다.

주왕산관광지에는 청송심수관도예전시관과 청송백자전시실도 함께 있다. 도예전시관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 도공 심수관의 15대 후손 작품을 전시하고 있고, 백자전시실에는 진흙이 아니라 돌 가루를 침전시켜 빚은 백자와 작품을 빚는 과정 등을 볼 수 있다.

[여행수첩]

온천휴양리조트를 표방하는 대명리조트 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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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약수는 철분 많은 톡 쏘는 탄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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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약수 부근 식당의 닭백숙 요리. 가슴살은 떡갈비로…
신촌약수 부근 식당의 닭백숙 요리. 가슴살은 떡갈비로…
날개는 구이로…
날개는 구이로…
다리는 백숙으로 요리한다.
다리는 백숙으로 요리한다.

●당진영덕고속도로 개통으로 청송가는 길이 편리하고 빨라졌다. 청송IC에서 주왕산국립공원까지는 16km다. ●주왕산관광지에 ‘대명리조트 청송’이 문을 열고 7월부터 영업에 들어갔다. 지하4층 지상 8층 규모 건물에 313객실을 보유하고 있고, 한식당, 이탈리안 레스토랑, 바비큐 테라스를 갖췄다. 리조트 측은 무엇보다 지하 780~1,000m에서 끌어올리는 중탄산 황산나트륨 광천수를 모든 객실에 공급하고, ‘솔샘온천’도 운영하는 휴양리조트라는 점을 강조한다.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지, 절골계곡, 달기약수가 리조트 인근이다. 영덕 강구항까지는 약 40분이 걸려 동해 여행객들에게도 편리하다. ●톡 쏘는 탄산수인 달기약수와 신촌약수 인근에는 닭백숙 전문식당이 많다. 동청송IC 입구의 신촌약수 주변 식당은 닭다리는 백숙, 날개는 구이, 가슴살은 떡갈비로 조리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해 인기를 끌고 있다. 1인 1만7,000원 선으로 가격도 적당하다.

청송=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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