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 정국을 틈타 최근 공공기관장 절반 이상을 이른바 ‘관피아(관료+마피아)’들이 차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와대와 정치권에서 내리꽂는 ‘낙하산’ 인사가 사라진 대신 그 자리를 관료 출신들이 치고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시민단체 사회공공연구원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한 지난해 10월부터 1월까지 4개월 동안 공공기관장에 임명된 44명 중 24명(54.5%)이 전직 관료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 초기인 2013년 6월 공공기관 295곳 중 108곳(36.6%)이 관료 출신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높은 비율이다.
관료 출신이 기관장으로 취임한 공공기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고용정보원, 근로복지공단, 한국마사회 등이다.
‘모피아’(기획재정부+마피아)의 공공기관 득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지난해 11월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에 문창용 전 기재부 세제실장이, 올해 1월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 기재부 출신인 김규옥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취임했다. 지난 2일에는 수출입은행장으로 기재부와 금융감독원을 거친 최종구 SGI서울보증 사장이 내정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경제부처 고위 공직자가 퇴직 후 첫 번째로 취업한 직업군은 공공기관(31%)이 가장 많았다.
이러한 흐름은 세월호 참사 후 퇴직 관료의 취업 제한을 강화한 ‘관피아 방지법’(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시행하는 등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고 전관 예우를 타파하기 위한 움직임에 역행한다. 고위 공무원의 재취업 문턱이 다시 낮아지고 관피아가 부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주무부처 출신 전직 관료들은 전문성을 인정 받을 수 있지만 부처와 결탁할 가능성도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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