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진하 기자

등록 : 2018.06.11 04:40
수정 : 2018.06.11 07:59

“툭하면 이혼하자는 아내... 데이트 폭력은 용서받을 수 없나요”

[오은영의 화해]

등록 : 2018.06.11 04:40
수정 : 2018.06.11 07:59

#연애 시절부터 다툴 때면 연락 끊어

일방적인 결별선언에 폭력 악순환

당시 잘못 용서를 빌고 결혼했지만

10년차, 이젠 아내도 폭력에 욕설

여전히 사랑해… 파국은 막고 싶어

결혼한 지 10년 된 부부입니다. 연애시절 아내의 마음에 트라우마로 남은 문제가 결혼생활에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돌이킬 수는 없겠지만 제 잘못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저를 바꾸고 싶어요.

연애시절 저희는 사소한 다툼이 잦았어요. 지금은 그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평범한 다툼들이었어요. 그런데 아내는 다툼이 일어나면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헤어지자는 말로 대응했습니다. 저는 절망감을 느꼈어요. 처음에는 “죽고 싶다, 자살하겠다”는 말로 아내를 잡았습니다. 나중에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너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너 죽고 나 죽자.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전형적인 데이트폭력 단계로 악화됐어요. 연애기간 5년 중 처음 2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3년에 걸쳐 점점 악화됐던 것 같아요.

저는 당시의 잘못을 너무나 후회합니다. 결코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을 알지만 이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아내는 제게 “큰 잘못을 했으니 평생 죗값을 치르면서 살라”고 했고 저도 그 말에 충분히 공감했어요. 그리고 저희는 결혼했습니다.

결혼 뒤에도 아내는 다툼이 있으면 이혼을 언급했습니다. 저는 예전처럼 죽겠다거나 죽이겠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심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어요. 물건을 바닥에 내던지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폭력적인 행동으로 표출했습니다. 그러자 아내도 당하고 사는 데 지쳤다며 점차 욕이나 폭력을 쓰기 시작하다가, 어느새 아내가 더욱 자주 폭력을 사용하는 상황으로 뒤바뀌었어요. 저희 부모님에 대한 나쁜 말을 하거나, 심한 욕설도 서슴지 않습니다. 제가 목소리를 높이면 아내는 제게 물건을 던지거나 발길질을 합니다.

아내의 폭언과 폭력을 참아내려고 노력해봤지만, 결국은 참지 못하고 서로 폭언과 폭력을 쓰는 경우들이 발생합니다. 아내로부터 공격을 받는다거나 무시 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참고 참다가 분노로 표출되는 것 같아요. “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냐”고 반응하면 아내는 이것도 폭력이라고 합니다. 아내의 행동을 비난할 자격조차 없는 것 같지만 저도 힘이 들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아내는 사소한 갈등상황에서도 너무나 쉽게 헤어짐과 이혼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다른 선택지는 없는 것처럼요. 아내가 너무 귀여워서 제가 볼을 만지면 아내는 “왜 때리느냐”고 반응합니다. 제가 “언제 때렸느냐”며 시작한 다툼이 이혼으로 귀결되는 식입니다. 처음엔 설득하고 화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엔 저도 화가 나고 분노를 참지 못하게 돼요. 그럼 아내는 저에게 “역시나 본성이 바닥인 인간이고 그래서 더욱 이혼을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빠져 나올 수 없는 쳇바퀴 같아요.

아내는 저에게 “정신병자”라고도 합니다. 저 역시 문제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 정신분석센터에도 다니기 시작했어요. 상담을 두 달간 받으며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저희 부모님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자란 제가 이상적인 부부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는 걸요. 제가 아내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우리는 당연히 행복한 부부가 될 거라 여겼습니다. 현실은 이상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해본 것 같아요. 연애시절 아내의 헤어지자는 말에 폭력적인 반응을 보인 것도 같은 이유였던 것 같아요.

아내는 제게 평생을 앙갚음해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아내의 마음을 제가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어떤 마음이었을지 이해는 갑니다. 암흑과도 같았겠지요. 그런데 정작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아내의 폭력을 무조건 참아보려고도 했지만 한계가 있어요. 아내는 본인에 대한 제 감정이 집착이라고 합니다. 본인에게 잘못된 행동을 계속하면서도 제가 헤어지는 건 원치 않는다고요. 하지만 저는 지금도 아내를 마음 깊이 좋아합니다. 아내의 순수함이 좋고 저 또한 아내가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주고 싶어요. 아내를 좋아하는 마음은 진심인데 우리 관계가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올바르게 대응하는 방법을 제가 모르는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습니다. 도와주세요.

오영민(가명ㆍ38ㆍ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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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할퀴며 상처내기 되풀이해

행복보다 이혼 피하려고만 애쓴 것은 아닌지

아내에 대한 ‘과도한 통제’ 돌아보길

진지하게 대화 후에도 관계 변화 없다면

결혼 유지해선 안되는 이유도 생각해보길

영민씨의 사연을 읽으면서 저는 참 슬퍼졌어요. 결혼생활로 영민씨 부부가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저는 두 사람이 만나 결혼을 한다는 건 행복으로 향하기 위해 엄청난 용기를 낸 거라고 생각해요. 결혼 자체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 생활을 보았다거나, 혹은 결혼할 상대가 없거나, 상대가 있더라도 미래의 행복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요. 결혼이란 이런 모든 불확실성을 뒤로 하고 행복할 것이라 믿으며 내딛는 발걸음입니다. 그런데 영민씨 부부는 왜 이렇게나 불행할까요?

우선 두 사람의 가정에 폭력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가장 무장해제 상태가 되는 부부 사이에 폭언이 이뤄져요. 그리고 소통이 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의 삶이 엇갈리고 있어요. 인생을 하나의 길이라고 보면 언젠가 두 사람은 만나야 하는데, 결혼생활 10년 동안 가까워지지 않고 있어요. 대화도, 마음도요.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할퀴어 상처를 냅니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사소한 것들로 이혼을 하자는 결론이 나와요. 상대방을 할퀴고 언어적 폭력을 사용하고 미워하면서도 같이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 늘 행복할 순 없지만, 이 상태로 계속 살아갈 순 없을 거라고 전 생각해요.

게티이미지뱅크

영민씨와 아내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상대방보다는 자신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자신에 대해서 알지 못하면 상대를 먼저 탓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영민씨는 아내와 연애시절 데이트 폭력을 썼다고 이야기했어요. 헤어지자는 말에 죽겠다거나 죽이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결혼 후에는 아내의 이혼 언급에 물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보통 사람은 한 번 습득한 대인관계의 틀을 어느 상황에서나 비슷하게 적용해가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영민씨는 부모와 큰 갈등 없이 비교적 원만한 성장기를 보냈어요. 대인관계에서 폭력적인 양상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영민씨가 본인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잘못을 털어 놓으며 상담을 받는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왜 사랑하는 아내와의 관계에서는 유독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던 건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내가 자신을 떠난다는 걸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겠죠. 그래서 다른 문제 해결방법을 생각하기도 전에 아내가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합니다. 연애관계에서 이런 폭력은 과도한 통제를 의미해요. 자해나 자살언급은 폭력이 상대방이 아닌 자신을 향한 것이지만, 상대방에 대한 과도한 통제라는 점은 같아요.

과거의 이야기지만, 영민씨는 아내를 과도하게 통제하려 했습니다. 영민씨의 생각과 마음 안에는 애인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과 나를 떠난다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 거죠. 그래서 아내가 자신을 떠난다는 게 용납되지 않는 거예요. 이런 행동만 본다면 아내가 영민씨에게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라고 말하는 것이 일면 맞는다고 할 수 있어요. 물론 영민씨가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행위만큼은 사랑이라기보다는 과도한 통제이고, 미성숙한 자기방어기제라는 걸 알고 계셔야 합니다.

영민씨가 연애시절 아내의 이별 통보에 왜 그렇게 미성숙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민씨 머릿 속에 떠오른 답은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다른 이유도 한 번 생각해보길 권합니다. 사랑이라는 거대한 가치로 덮어버린다면 다른 원인을 생각해 볼 틈이 없어져요. 아내에게만 그런 폭력적인 방법을 썼던 이유를 생각해 보세요. 혹은 아내뿐 아니라 영민씨에게 중요하게 느껴지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과도한 통제를 하려 한 적이 있는지도 생각해 보세요.

영민씨 아내는 어떤 사람일까요? 사연 만으로 그 이유까지 파악할 수는 없지만, 아내는 영민씨와의 관계에서만큼은 모든 문제를 굉장히 극대화하는 특성이 있는 것 같아요. 기승전결의 단계를 거치는 게 아니라 시작하자마자 가장 안 좋은 결론으로 흘러갑니다. 만약 아내의 성격이 원래 그렇다면 영민씨가 아닌 누구를 만나도 이런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있어요. 영민씨는 사소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아내의 결론은 이혼이 돼 버리니 대화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영민씨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제가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영민씨가 상담센터도 찾아갈 만큼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내는 잘못이 전혀 없고 영민씨만 문제라서가 아니라, 영민씨가 상담 신청을 했고,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에요. 혹시 아내가 사소한 문제를 극대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는 걸 알면서도 영민씨가 그 특성을 더욱 부추기는 경향이 있었던 건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영민씨가 아내가 문제를 극대화하게 유발한 적이 없다면, 아내의 이런 특성이 달라지지 않는 이상 결혼생활을 계속 유지하기가 정말 어려울 거예요.

저는 두 분에게 진지하게 결혼생활을 돌아보길 권합니다. 영민씨는 단 한 순간도 아내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다툼을 봉합만 한 뒤 넘어가지 말고, 정말 곰곰이 돌이켜 보세요. 이 결혼생활이 어떻게 지금까지 유지돼 왔는지, 앞으로도 결혼생활을 지속해야 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 보세요. 이런 갈등 속에서도 두 사람이 관계를 파탄내지 않고 함께 살고 있는 이유를 진심으로 이야기를 나눠봐야 해요. 그래도 변화가 없다면 결혼생활을 유지해선 안 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숙고해봐야 합니다. 헤어지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렇게는 더는 살 수 없다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예요.

게티이미지뱅크

영민씨가 쥐고 있는 통제의 틀 안에 아내와의 이별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영민씨의 모든 노력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혼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노력이라는 건 이 우주에 단 한 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아내와의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겁니다. 이혼을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면 방향이 잘못 됐어요. 아내 입장에서는 영민씨의 노력이 아내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서였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아내가 이를 집착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놔달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맥락일 거예요. 이혼하지 않은 온전한 가정과 행복한 부부라는 영민씨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다는 건 상상도 해보지 못했기에 이 결혼을 고수하려고 한 건 아닌지 생각해보세요. 영민씨가 저의 조언에 섭섭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문을 먼저 두드린 영민씨를 중심으로 조언을 한 것이니까요.

무엇보다 어느 누구에게도 타인에게 폭력을 행사할 권리는 없다는 점을 부부가 다시 한 번 깨달아야 해요. 자신이 상처를 입었다면 방어를 해야 하지만 그래서 때려도 된다는 생각부터 해선 안 됩니다. 아내도 이제까지 상처를 받았다는 이유로 영민씨에게 폭력을 행사해선 안 됩니다. 이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인식입니다. 가능하다면 아내에게도 상담을 권하고 싶어요. 원만한 결혼생활을 위한 부부 상담이 아니라, 아내 자신의 삶을 회복하고 미래의 삶을 위한 상담을 받으면 도움이 될 거예요.

정리=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 오은영의 ‘화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지면을 통해 진행하는 정신 상담 코너입니다. 해결되지 않는 내면의 고통 때문에 힘겨운 분이라면 누구든 신청해 보세요. 사연은 한국일보 사이트(http://interview.hankookilbo.com/store/advice.zip)에서 상담신청서를 내려 받아 작성하신 후 이메일(advice@hankookilbo.com)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되신 분의 사연과 상담 내용은 한국일보 지면에 소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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