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만해도 김민희를 떠올리면 모델 출신 배우 중 하나였다. 타고난 몸매와 남다른 패션 센스로 주목 받는 패셔니스타였을 뿐이었다. 수많은 여자 연예인들이 외모를 단장하는 사이 김민희는 앞으로 전진했다. 영화 '여배우들', '화차', '연애의 온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등을 통해 연기 '좀' 하는 배우로 성장했다.
올해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또 한 번 성장했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됐고, 전 세계 175개국의 관객을 만나게 됐다. 하지만 김민희는 "나의 11번째 영화일 뿐"이라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냥 좋아하는 감독과 배우들과 하고 싶은 연기를 했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아가씨'가 오늘 개봉했다.
"시나리오를 재미있게 읽었다. 영화도 재미있게 봐줬으면 한다. 사실 결과보다 작업하는 과정을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한다. 영화 찍으면서 느끼는 쾌감이 있다."
-극중 히데코는 어떤 인물인가.
"호기심, 장난기, 엉뚱함 등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이모부한테 여러 가지를 훈련 받았지만 결국 배운 건 없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을 통해 온전해지는 그런 인물이다."
-동성애 연기를 하는데 부담은 없었나.
"전혀~ 동성애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다시 말해 성을 구분하고 연기하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을 찾아갔다. 그게 여자라고 해서 다른 식으로 받아들여질 것은 없었다. 사랑에 빠질 땐 이유가 없다. 이끌림 혹은 교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하겠나."
-신인 김태리와 연기를 했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듣고 굉장히 궁금하고 기대가 됐다. 전혀 모르는 친구였지만 감독님을 믿어 불안감은 없었다. 오랜 오디션을 거쳐 굉장히 높은 경쟁률을 뚫고 온 배우였고."
-김태리와의 호흡은 어땠나.
"잘 맞았다. 감독님이 따로 시간을 내 영화 이야기나 전반적인 톤 등을 확실하게 잡아줬다. 나는 (김)태리에게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았다. 신인배우라는 생각이나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당차고 야무지게 잘 하는 배우였다."
-노출과 베드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다.
"영화를 보면 이해할 거다.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그런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다가왔다. 관객 분들도 감정선을 따라 본다면 외적인 부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노출보다 대사가 참 야하다.
"처음 대본을 보고 민망했다. 촬영 할 때는 영화에 몰입했다. 서재에서 독해하는 장면을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극적인 요소들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일본어 대사도 공부해야 해서 살짝 귀찮았는데 어느 정도 익히고 난 후로는 재미가 붙었다."
-하정우와의 와인 키스가 화제를 모을 것 같다.
"호흡이 잘 맞아서 NG없이 잘 끝냈다. 사실 와인이 아니라 물 탄 포도주스였다. 연기하면서 맛까지 따질 순 없다. 하하."
-칸국제영화제에서는 와인을 마셨나.
"주변은 축제분위기였는데 여유가 없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느낌이 났다. 프랑스 칸도 부산이랑 비슷했다. 유명인은 한 명도 못 뵀다. 일정이 빠듯해 주위를 둘러볼 새가 없었다."
-칸에서 홍상수 감독 신작을 촬영했다.
"홍 감독과 작업 스타일이 잘 맞는다. 즉흥적인 인물과 상황들을 연기하는 것이 재미있다. '아가씨'의 히데코 역시 어떤 즉흥성이 있는 인물이다.
-언젠가부터 김민희 연기에 감탄하게 된다. 스스로 뿌듯한 적도 있나.
"(고개를 푹 숙이며 쑥스러운 듯 웃으며) 그냥 최선을 다했다. 캐릭터를 잘 표현하고 싶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데 비밀로 하고 싶다. 어느 작품이건 100% 만족은 없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이 있나.
"뭐든 시기가 중요한 것 같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고를 때도 여러 마음들이 있지 않나. 작품도 비슷하다. 그냥 상황에 맞게 하고 싶은 것들을 찾는다. 선택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편이다."
-즉흥적으로 고른 작품도 있나.
"최대한 신중하게 선택하려 하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결정은 그때 마음이 가면 하는 거니까. 누구나 한 번쯤 일상에서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않나. 이상하게 해버리고 싶다는 그런 생각들(웃음). 그런 마음이 들 때 작품을 고른 적이 있다."
-드라마를 해볼 생각은.
"아직은 영화만 하고 싶다. 드라마 촬영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작업 스타일이 영화와 잘 맞는 것 같다. 나라는 사람도 영화에서 더 보여드릴 것이 많다."
사진=이호형기자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