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정진영 "창작자가 불이익 받을까 걱정...못돼 먹은 사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정진영 "창작자가 불이익 받을까 걱정...못돼 먹은 사회"

입력
2016.11.09 17:17
0 0
배우 정진영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솔직하고 날 선 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NEW 제공
배우 정진영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솔직하고 날 선 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NEW 제공

배우 정진영이 ‘최순실 게이트’로 혼란에 빠진 정국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 솔직하면서도 과감한 발언을 쏟아냈다.

정진영은 9일 서울 강남구의 한 멀티플렉스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12월 개봉) 제작보고회에 박정우 감독을 비롯해 김남길 문정희 김대명 강신일 김주현 유승목 등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그의 첫 인사말조차 예사롭지 않았다. 정진영은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자마자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영화 속에서만 그려질 것 같은 가상의 이야기가 현실로 다가온 게 무척 놀랍고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으로 원자력발전소 ‘한별 1호기’가 폭발하면서 벌어지는 재난 사태를 그린 영화다. 정진영은 노후한 한별 1호기의 심각성을 청와대에 보고하지만 이를 빌미로 좌천되는 인물인 발전소 소장 평섭 역을 맡았다. 그는 영화 속에서 발전소에 사고가 발생하자 가장 먼저 달려와 현장을 진두지휘하며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역할이다.

정진영은 “영화가 반드시 사회적 메시지를 포함해야 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시나리오에서 원전의 문제나 정부와 관계자들의 안일한 태도를 떠올리면서 영화화 하는 것에 흥분했다”고 전했다.

그는 원전에 대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정확한 정보와 진실을 담기 위해 원전의 구조나 현재 우리나라 원전의 문제점 등을 사전에 공부했다고 했다.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재난 블록버스터이긴 하지만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문제점을 담은 이야기였기에 공부하지 않을 수 없었죠. 영화 ‘내부자들’을 보며 너무 과장되게 그리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게 현실이 되지 않았습니까. 허구라고 생각할 수만은 없는 이야기입니다.”

정진영은 영화 ‘판도라’에서 원자력발전소 ‘한별 1호기’ 노후의 심각성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좌천된 발전소 소장 평섭을 연기했다. NEW 제공
정진영은 영화 ‘판도라’에서 원자력발전소 ‘한별 1호기’ 노후의 심각성을 청와대에 보고했다가 좌천된 발전소 소장 평섭을 연기했다. NEW 제공

원전 사고를 소재로 한 재난영화 ‘판도라’는 촬영을 마친 지 1년이 넘어서 개봉 일정을 잡았다. 이 때문에 ‘외압에 의해 개봉 시기라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 이후 현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다는 시선을 받은 NEW가 투자 배급을 맡으면서 ‘외압설’에 무게가 실렸다. 박정우 감독은 최근 밝혀진 문화계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영화인이기도 한다. 박 감독은 “저는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감독”이라며 “이런 소재로 창작을 할 때 스스로 자체 검열을 하는 모습에 우울하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진영이 ‘판도라’를 선택하는 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정부를 꼬집는 내용의 영화 출연을 단박에 결정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배우 입장에서 이 작품으로 인해 불이익을 당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다만 영화를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자본이 필요했고, 투자자가 이 작품에 투자할 용기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털어놓았다.

“NEW는 아니라고 할 지도 모르지만 ‘변호인’ 이후 조금 힘들었던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불행한 일은 창작자가 어떤 불이익을 당할까 봐 걱정하는 것입니다. 그런 사회는 진짜 못돼 먹은 사회입니다. 경천동지라고 할 만하죠. 다행히 숨겨져 있던 일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긴 해서 온 국민이 다같이 (나라를)염려하는 상황입니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있어야 민주주의 국가가 아닙니까?”

배우 강신일dms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영화 ‘판도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NEW 제공
배우 강신일dms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영화 ‘판도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NEW 제공

한편 이날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의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온 강신일 김대명 문정희는 언론의 시선을 한 눈에 끌었다. 강신일은 ‘노란 리본을 달고 온 이유’에 대해 “나이 먹은 사람의 반성”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연극을 하면서 한국의 정치 현실을 김수영 시인을 통해 되돌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세월호 관련 이야기도 했지요. 개인적으로 굉장히 아픈 사건입니다. 나이든 사람으로서 좀더 건전하고 온전한 사회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조금 게을렀고 무책임했습니다. 반성의 의미로 봐주셨으면 합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