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정위, 기업 과징금으로 소비자 피해 보상 나선다
알림

공정위, 기업 과징금으로 소비자 피해 보상 나선다

입력
2017.05.18 04:40
0 0

文대통령 별도 기금 마련 공약에

‘피해자 지원기금 설치’ 검토 착수

“피해유발 행위자가 배상하라는

손배책임 대원칙에 배치” 지적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담합 등 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로 입은 소비자의 피해를 직접 보상해주는 별도의 공적기금이 탄생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과징금 일부를 기금으로 조성해 이를 소비자 피해구제 ‘실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17일 정치권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집에서 소비자 피해구제의 방안으로 제시했던 ‘피해자 지원기금(가칭) 설치’와 관련한 여러 여건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피해자 지원기금은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입은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지원하는 별도의 공적기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선 공약인 만큼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약은 앞서 2014년 김기식 당시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피해자 지원기금법’ 제정안과 최근 박정ㆍ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소비자기본법’ 개정안 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법안 내용을 종합하면, 기금은 기업 과징금 일부와 민간 기부금 등을 토대로 조성돼 소비자 피해보상, 소송지원, 피해예방 교육 등을 지원하는 데 활용된다. 다만 피해보상과 같은 직접지원은 민사소송으로 인한 ‘생계곤란’ 등 부득이한 사유로 한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새 정부의 이런 움직임은 대규모 기업 과징금이 실질적인 소비자 피해구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 공정위는 8,038억원의 과징금을 거뒀지만 이는 모두 국고로 귀속돼 피해자 구제가 아닌 일반 행정지출에 사용되는 구조다. 기업이 사실상 소비자의 손해를 통해 부당이득을 얻는데도, 그에 대한 제재의 ‘과실’(과징금)은 전혀 소비자를 위해 사용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반면 미국의 경우 주정부(국가)가 피해자를 대리해 민사소송으로 배상금을 받아낸 후 이를 분배하는 ‘부권 소송제’가 시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금 설치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해자가 유일하게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민사소송은 국내 법체계나 절차로 볼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과징금 일부를 피해자에게 직접 배분하거나, 소송을 지원해주는 방안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승열 대한중재인협회 수석부협회장(카이스트 겸임교수)도 “소비자의 후생 증진이라는 공정거래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피해자 지원기금은 도입해야 한다”며 “피해자 구제의 근본 수단으로 집단소송제 도입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기금 설립까지는 논란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해줄 경우, ‘위법행위로 인한 피해는 피해를 유발한 행위자가 배상해야 한다’는 현행 손해배상 책임의 대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매년 변동폭이 큰 과징금을 기금의 주요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안정적인 재원조달’이라는 기금 설립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박근혜 정부도 출범 첫해 ‘소비자 권익 증진기금’ 설립을 주요 국정과제로 추진했으나, 이런 문제로 흐지부지됐다. 이황 교수는 다만 “기금 재원의 변동폭이 커도 지출액만 일정하면 기금운용에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