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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끔찍한 공격… 아사드 방조한 美ㆍ러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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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끔찍한 공격… 아사드 방조한 美ㆍ러 책임”

입력
2017.04.0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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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IS와 전쟁 위해 러시아에 동조

“운명은 시리아인이 결정” 외면해

러 “반군의 저장고 폭격” 적반하장

“전면 실태 조사” 안보리 결의안도 거부

트럼프는 오바마에 책임 전가

희생자 계속 늘어 100명 넘을 듯

화학무기 공격으로 추정되는 공습을 받은 시리아 이들리브주 칸셰이쿤의 한 임시병동에서 중독증세를 보이는 어린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 칸셰이쿤=AP 연합뉴스
화학무기 공격으로 추정되는 공습을 받은 시리아 이들리브주 칸셰이쿤의 한 임시병동에서 중독증세를 보이는 어린이가 치료를 받고 있다. 칸셰이쿤=AP 연합뉴스

시리아 반군 점령지 이들리브에서 어린이 등 민간인을 화학무기로 공격한 반인륜 범죄가 다시 발생했다. 2013년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화학무기 공격으로 1,300여명이 숨지는 참사 이후 국제기구 감시 아래 화학무기 폐기 수순을 밟았다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공언에도 불구, 학살이 반복되면서 그간 시리아 사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 미국과 러시아의 책임론이 거세지고 있다.

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들리브주 칸셰이쿤에서 발생한 사린가스 추정 화학무기 공습으로 100명가량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코와 입에서 피를 쏟아내는 부상자 100여명이 인근 터키 병원 등으로 옮겨졌지만 상태가 심각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6년 시리아 내전 사상 최악의 공격 가운데 하나”라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피해자들에게서 신경작용제에 노출됐을 때와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어린이도 11명 사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제사회는 일제히 비난 성명을 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스테판 데 미스투라 시리아특사 등은 “끔찍한 공격”이라고 했고, 특히 유럽 국가들은 아사드 대통령을 정조준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아사드 대통령이 동맹의 방조 하에 무책임한 행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도 “시리아 정부 화학공격의 전형적인 특징이 드러난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엄중한 비판에도 시리아 정부와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는 발뺌으로 일관하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러시아 정부는 한 술 더 떠 “시리아 폭격기가 이들리브지역의 화학무기 저장고를 공격한 것”이라며 반군에게 책임을 돌렸다.

시리아 화학공격 실태를 전면 조사하기 위해 5일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도 러시아의 반대에 밀려 결의안 도출에 실패했다. 미국ㆍ영국ㆍ프랑스가 마련한 결의안 초안은 ▦시리아 정부가 사건 조사에 협조하고 폭격 주체 등 정보를 제공할 것 ▦유엔 사무총장이 협조 상황을 매달 보고할 것을 요구했으나 러시아 외교부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IS 격퇴 동맹을 우선시하며 아사드 정권에 강경한 태도를 누그러뜨린 도널드 트럼프 미행정부의 입장 역시 난처해졌다. 지난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대사가 잇달아 “아사드 대통령의 운명은 시리아인이 결정해야 한다” “아사드 축출은 핵심 목표가 아니다”고 주장한 상황에서 정부군 소행으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아사드 정권을 비판하기는 했지만, 후견국인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압박할 대안을 찾는 대신, 엉뚱하게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 그는 “아사드 정권의 악랄한 움직임은 지난 정부의 나약함과 우유부단함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2013년 존 케리 당시 미 국무장관은 다마스쿠스 근교에서 발생한 화학공격으로 1,300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군사적 개입 대신 아사드 정권에 화학무기 해체를 요구하고 러시아와 협의 하에 이를 감시한 바 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아사드 정권의 지배는 정치적 현실”이라며 당분간 시리아 정부를 용인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예 시리아 사태를 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가 화학공격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아사드가 쏘는 폭탄을 맞고 있는 시리아 국민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터무니없는 망상”이라고 꼬집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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