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호텔롯데의 지분 72% 차지, 12곳 대표로… 경영권 원톱에 성큼
신동주 폭로·여론전 몰두하는 사이 日서 대표이사 등기 변경 '역공'

국내 롯데그룹의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를 지배하는 일본 12개 L투자회사 대표가 모두 신동빈 롯데 회장으로 바뀌었다. 앞에 일련 번호가 붙는 12개 L투자회사는 호텔롯데 지분 72.65%를 통해 사실상 국내 롯데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만큼 향후 경영권 분쟁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L투자회사는 일본에서 대표와 재무 현황을 공시할 의무가 없는 비상장법인이어서 회사 정보가 베일에 쌓여 있다.
6일 일본 법무성과 롯데에 따르면 신 회장은 지난 6월30일에 L투자회사의 10곳(L1ㆍ2ㆍ4ㆍ5ㆍ7ㆍ8ㆍ9ㆍ10ㆍ11ㆍ12)의 대표로 취임했으며 지난달 31일 대표이사 등기를 마쳤다. 나머지 L3과 L6 투자회사도 신 회장을 대표이사로 등기하는 서류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전까지 L투자회사 중 9곳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3곳은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이 나눠 맡아 왔다. 이를 한 달새 모두 신 회장으로 바꾼 것이다.

신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 등기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변경 시점 때문이다. 대표 등기를추진한 지난달 31일은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직후로, 신 회장이 일본에 머물던 기간이다. 이때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지난달 29일 입국해 각종 폭로와 의혹을 제기하며 신 회장을 공격하고 있었다.
그 사이 신 회장은 쓰쿠다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과 함께 일본에서 치밀하게 L투자회사의 대표 등기 변경을 진행한 셈이다. 롯데 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 L투자회사 대표 등기 작업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 회장이 지난달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 취임한 것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수순”이라고 말했다.
L투자회사는 호텔롯데 이외에 부산롯데호텔 지분 46.54%를 비롯해 롯데로지스틱스 45.34%, 롯데알미늄 34.92%, 롯데물산 4.98%, 롯데푸드 4.34% 등 국내 롯데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L투자회사를 지배하게 되면 국내 롯데그룹을 장악하는 셈이다. 그만큼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에서 신 전 부회장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아직까지 L투자회사의 정확한 지분 구조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신 회장이 대표 등기를 서두른 것을 보면 그만큼 영향력이 확대됐을 것이란 재계 관측이다. 지난 3일 신 회장이 귀국 직후 “롯데그룹의 경영은 전혀 흔들림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각 계열사에 전달한 것도 L투자회사 대표를 맡은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선 신 회장의 L투자회사 대표 등재가 정상적 절차를 거쳐 이뤄진 것인 지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신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신 전 부회장 편인 신 총괄회장이 순순히 L투자회사 대표 자리를 신 회장에게 넘겼다는 점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순탄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신 총괄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회장에서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을 때처럼 또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의 셋째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식품 사장이 지난달 31일 부친인 신진수씨 제사 직후 취재진들에게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에게 회사를 탈취당한 것으로 본다”고 발언해 이 같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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