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미국 언론제국 CBS, 여제와 흙수저 사장 경영권 대결

알림

미국 언론제국 CBS, 여제와 흙수저 사장 경영권 대결

입력
2018.05.29 18:02
21면
0 0
치매설 등이 불거져 2016년 퇴임한 섬너 레드스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치매설 등이 불거져 2016년 퇴임한 섬너 레드스톤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미국 굴지의 복합미디어기업 바이어컴(Viacom)과 지상파 방송사 CBS의 합병 논의가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며 암초를 만났다. 합병된 거대 미디어그룹의 왕좌를 누가 차지하느냐를 놓고서 궁중암투 같은 싸움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현지시간) 한때 동맹 관계를 맺었던 두 회사의 수장들이 CBS의 미래를 두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결의 주인공은 두 회사의 설립자 섬너 레드스톤의 딸인 샤리 레드스톤 바이어컴 부회장과 배우 출신 전문경영인으로 TV 경영의 새 지평을 연 것으로 평가되는 레슬리 문베스 CBS 사장이다. 미디어 재벌 그룹의 여제와 흙수저 사장의 때 아닌 밥그릇 싸움에 이미 합병 효과에 대한 기대는 사라진 지 오래다.

사실 두 회사의 본적(本籍)은 같다. 2016년 건강 문제로 일선에서 물러난 섬너 레드스톤이 두 회사를 설립했고, 이후 수 차례의 통합과 분할을 거듭하며 현재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는 극장 체인 업체인 내셔널어뮤즈먼트가 모기업이다. 따라서 이번 통합 작업은 따로 살고 있던 한 집안의 형제를 한 지붕으로 모으는 작업인 셈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통합 논의가 시작됐고, 지난 2월에는 통합 특별위원회가 꾸려지며 논의는 급물살을 타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CBS 이사회가 샤리 레드스톤 부회장에 대한 소송을 제기하면서 합병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CBS 이사회는 레드스톤 부회장이 지분을 앞세워 점령군처럼 막무가내로 회사를 장악하려 든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CBS 이사회는 이미 이번 합병이 CBS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합병 작업 중단을 결정하고, 레드스톤 부회장이 힘을 쓰지 못하도록 그녀와 가족들이 20년 간 보유하던 이사회 의결권의 박탈까지 시도했다. 그러나 레드스톤 부회장이 CBS의 모기업인 내셔널어뮤즈먼트의 권한으로 의결권 박탈 조치를 무효화하려고 들자 법원에 도움을 청한 것이다.

양측은 새로운 회사의 간판이 누가 되느냐를 놓고 대립했다. CBS는 현재의 문베스 사장이 통합 미디어그룹의 사장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CBS에게 문베스 사장은 한마디로 구세주였기 때문이다. 1995년 문베스 사장이 오기 전까지 CBS는 시청률이 바닥을 치던 존재감 없는 방송사였지만, 그의 뛰어난 감각과 타깃 마케팅으로 위상을 높여갔다. 섬너 레드스톤 명예회장은 2016년 퇴임하면서 문베스를 후임자로 지명했고, 당시에는 레드스톤 부회장 역시 문베스 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전업주부로 10년 간 가정을 돌보던 레드스톤 부회장은 1993년부터 가족 사업에 전면으로 나섰고, 2016년 바이어컴 경영권 다툼에서 승리하며 그룹 내 입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이후 CBS까지 자신의 영향력 하에 두려고 일종의 배신을 한 것이다. WSJ는 양측의 파워게임은 한편의 드라마를 방불케 한다고 표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