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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개기일식

입력
2017.08.2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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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의사이자 점성술사인 미셸 노스트라다무스는 4행시로 미래를 내다본 ‘예언집’을 냈다. 50대 접어들어 쓴 이 책은 그가 활동했던 16세기에도 증보판을 출간하고 위작까지 떠돌 정도로 반향이 있었다. 모두 10권인 이 책에서 가장 주목 받은 예언은 지구 멸망을 암시한 듯한 10권의 72번째 시다. “1999년 일곱 번째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무아의 대왕을 부활시켜/ 마르스를 전후해 순조롭게 지배하기 위해”.

▦ ‘공포의 대왕’이나 전쟁의 신 ‘마르스’ 때문에 제3차 핵 전쟁으로 지구가 종말을 맞는 것 아니냐는 등 갖은 해석이 난무했던 이 종말의 시가 꽤 현실감을 얻었던 적이 잠깐 있었다. 1999년 8월 11일 개기일식 직전이다. 일식은 1년에 한 번 정도 간격으로 일어나고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도 아주 드문 일은 아니지만 과학적인 설명이 충분한 지금도 경외심을 갖게 만드는 자연현상이다. 게다가 시기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과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고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대륙에서 관찰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묘한 설득력을 갖게 했다.

▦ 결과는 지금 우리가 아는 대로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점을 잘 본다고 소문 나 왕족들에게 불려다니며 누가 왕이 될까 하는 예언을 적잖게 했지만 당시에도 틀린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종교에서 계시의 형태로 또 새 메시아의 재림을 예감하는 모양새로 흔히 제시되는 종말론은 정치권력이나 사회가 불안정할 때 득세해서 사람들을 혹하게 만든다. 노스트라다무스가 죽고 450년도 더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이 회자되는 것은 현대사회가 불안의 연속이라는 방증이다.

▦ 북태평양에서 시작해 미국 오리건, 아이다호, 와이오밍, 네브래스카, 캔자스, 미주리, 일리노이, 켄터키, 테네시,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관찰 가능한 개기일식이 현지시간으로 21일 오전부터 일어난다. 미 대륙에서 볼 수 있는 개기일식은 거의 100년 만이라고 한다. 개기일식을 보는 인구로 따진다면 아마도 1999년에 버금가는 역사상 최다 수준일 것이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 대낮인데도 해가 지고 30분 뒤 정도의 어두움이 사위를 덮는다. 천체 현상 이상의 무언가를 믿는 누군가는 이를 미국 정치권력과 사회에 대한 하늘의 경고로 여길지도 모를 일이다.

김범수 논설위원 bs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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