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로 이자 수익 더 떨어져
집주인들 월세 전환 크게 늘 듯
전국 전셋값 23주째 오름세
기준금리 인하로 부동산 시장의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세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시점에 금리가 추가로 내려가면서 전세매물 품귀현상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주(7~13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5% 상승해 23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0.2% 올라 상승률이 전주보다 0.02%포인트 확대됐다. 앞서 부동산114가 발표한 지난주(4~10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8% 상승률로 전주보다 오름폭이 0.05%포인트 뛴 바 있다.
이처럼 전셋값은 가을로 접어들면서 상승폭이 확대되는 추세다. 가을 이사 수요가 많은 데다 정부의 ‘9ㆍ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집값이 오르면서 전세수요의 매매전환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기준금리 인하는 이런 전세난에 기름을 붓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은행 예금금리가 2%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금리가 더 떨어질 경우 전세보증금을 은행에 넣어둬도 기대할 수 있는 이자수익이 극히 미미하다.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면 아예 마이너스 수익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집주인들은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의 전환하거나 보증금을 크게 올릴 가능성이 높고, 특히 소형주택의 경우 아예 월세로 전환하는 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집주인들이 계속 전세를 내줘야 할 이유가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며 “반전세나 월세로 돌아서면 당장 세입자들의 주거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금리인하로 전셋값이 더 뛰면 세입자들이 결국 집을 사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은데다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그만큼 낮아지기 때문에 차라리 전세보증금을 올려주겠다는 세입자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1~8월 전세자금대출 신규취급액 누적 총액은 10조4,000억원로 사상 처음으로 월 평균 1조원을 넘어섰다. 양해근 삼성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지 않는 이상 세입자들이 매매에 나서 전세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입주 물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4분기 중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5만501채(96곳)로 작년 같은 기간(6만1,964채)보다 18.5% 감소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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