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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불공정 기업' 고발사건 검찰, 80%이상 솜방망이 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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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불공정 기업' 고발사건 검찰, 80%이상 솜방망이 처분

입력
2015.03.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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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식기소ㆍ무혐의ㆍ내사종결…

공정위 "檢, 제 역할 방기한 방증"

검찰 "공정위의 고발 시점이 문제"

서로 불공정 감시 싸고 '엇박자'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등 불공정행위를 한 기업을 형사 처벌해 달라며 고발한 사건 10건 중 8건 이상에 대해 무혐의나 약식기소 등 솜방망이 처분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최근 입찰 담합을 한 SK건설에 대해 공정위에 최초로 고발요청권을 행사한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기업 불공정감시의 주도권을 놓고 공정위와 검찰이 서로 심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공정위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신학용(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10년간 검찰고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 3월 초까지 공정위가 검찰에 고발한 사건 중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 등을 제외한 347건 가운데 검찰이 불구속기소 등 정식 재판을 청구한 사건은 61건(17.6%)에 불과했다. 검찰 처분의 절반 이상은 벌금형 선고만 가능한 약식기소(196건ㆍ56.5%)였고, 무혐의나 내사종결(37건)과 기소유예ㆍ입건유예(34건) 등 처벌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특히 공정위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공정거래 관련 사건 중 법원에서 징역형(집행유예 포함)이 선고된 경우는 역대 1건에 불과할 정도로 고발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공정위는 2011년 CJ와 대상이 행사 제품(고추장) 할인율을 합의한 부당 공동행위에 대해 행정제재 조치와 함께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부당 공동행위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이듬해 대법원은 CJ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 검찰의 판단과 달리 공정위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최근 공정위가 조사 능력도 부족하고 처벌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검찰이야말로 제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솜방망이 처분의 책임이 상당 부분 공정위에 있다고 주장한다.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가 사건에 대한 공소시효가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태에서 고발을 하기 때문에 수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반면 검찰은 올해 초 서울중앙지검에 공정위 사건을 전담하는 ‘공정거래조세조사부’를 신설한 데 이어 공정위가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입찰 담합 혐의로 과징금만 부과하고 고발하지 않은 SK건설에 대해 최근 고발요청권을 행사하는 등 직접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존심 강한 검찰이 공정위가 차려준 ‘밥상’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직접 수사에만 열을 올린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신학용 의원은 “공정위와 검찰이 엇박자를 내면서 불공정 기업들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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