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살 밖에 안된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가 명예 9단 특별 단증을 받았다. 알파고의 바둑 스타일이 이창호 9단과 닮았다는 평가도 나왔다.
한국기원은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시상식에서 알파고에게 명예 9단을 수여했다.
알파고는 세계 최정상 바둑 고수인 이세돌 9단을 이기고 5번의 대국이 진행된 이번 매치 최종 우승을 차지한 만큼 명예 9단 자격이 충분하다는 게 한국기원측의 입장이다. 이에 한국기원은 알파고가 정상의 프로기사 실력인 ‘입신’(入神)의 경지에 올랐다고 보고 명예 9단을 수여했다.
한국기원은 당초 한자로 적은 단증을 마련했으나, 한글과 영어로 적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새 단증을 제작했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한국인과 영국 회사(구글이 인수한 딥마인드)의 대결에서 한자 단증을 수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누리꾼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원이 아마추어 명예 단증이 아닌 프로 명예 단증을 수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로 정식 입단하려면 승단 시험을 거쳐야 한다. 알파고의 단증에는 ‘제1호 명예 9단, 한국기원은 알파고의 뛰어난 기품과 업적을 인정하여 명예 9단을 수여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알파고의 실력을 확인한 프로기사들은 ‘알 사범’이라는 별명을 붙였다. 한국기원은 “알파고는 세계 최강자를 이기는 실력을 지녔을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바둑을 알리는 데 공헌했다”며 강조했다.
특히 이날 알파고의 바둑은 ‘돌부처’ 이창호 9단을 떠올리게 해 눈길을 끌었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제5국 현장 해설에 나선 김성룡 9단은 “보면 볼수록 알파고가 이창호 9단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이세돌 9단이 전성기의 이창호 9단과 바둑을 두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전성기 이창호 9단은 무조건 두텁게만 바둑을 두는 듯 보였다”고 떠올렸다. 이창호 9단이 치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놓는 수들은 언뜻 보기엔 의미를 헤아리기 어려웠지만 결국 승리로 가는 징검다리들이었다. 철저한 집 계산 아래 치밀한 바둑을 두는 스타일이 이창호 9단을 떠 올리게 한다는 게 바둑계의 견해다.
이에 앞서 김만수 8단도 3국에서 알파고의 패싸움을 보며 이창호 9단이 떠오른다고 밝힌 바 있다. 알파고는 당장 따갈 수 있는 패가 있어도 이를 피해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를 두고 김만수 8단은 “알파고는 패싸움에서 지는 경우까지 들여다보고 전체 승산을 계산해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하면 패를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전성기 이창호 9단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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