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 권한으로 실행하는 행정조치 대상으로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멕시코 싱가포르 등 12개국이 참여한 다자간무역협정 이탈을 택한 것이다. 행정명령 문구에는 “영구 탈퇴”라는 표현을 담았고,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에게 훌륭한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다자 및 양자 무역협정 재검토를 다짐했다. 세계화에 따른 폐해가 적지 않았지만 무역자유화를 거스를 수 없는 조류로 여겨 온 각국은 미국 새 정권의 이처럼 신속하고 단호한 실행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통상정책의 두 기둥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무역수지 적자 해소’로 요약된다. 미국 내 산업 공동화를 부추기고 일자리를 뺏는 무역협정, 적자무역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TPP 탈퇴에 이어 예상되는 것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다. 대선 기간 트럼프가 “재앙”이라고까지 표현한 한미 FTA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이와 별도로 무역 적자 개선을 위해 각국을 동시에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반덤핑, 상계관세,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온갖 수단이 동원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핵심 표적은 미국에 최대의 무역적자를 안겨 온 중국,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내는 일본, NAFTA 수혜가 톡톡한 멕시코 등이지만 대미 무역에서 연간 200억달러 이상 흑자를 내는 한국도 예외이기 어렵다. 거의 중국 수준의 반덤핑 제소나 환율조작국 지정 등의 압력을 받을 수 있다. 한국산 제품은 지난 오바마정부에서 이미 3,400여건이 보호무역 조치 대상이었다. 한국은 또 미 재무부의 환율 조작 관찰 대상국가에 중국 일본 독일 대만과 함께 들어가있어 이 점 또한 안심할 수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라도 이런 격변과 도전에 주도면밀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년마다 개최하는 각국 파견 상무관 회의를 지난해에 이어 연속 소집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통상 파트너인 미 상무부와의 장관급 대화, 미 무역대표부 등 통상 관련 부처와의 원활한 소통 채널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 트럼프정부의 통상 정책이 일방주의로 치달을 경우 미 의회를 통해 견제할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다가올 통상 압박에 대처할 틀을 모색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더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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