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무효확인 항소심 선고 앞두고
상지학원 측 ‘청구인낙’ 의사표시
원고 주장 모두 받아들인다는 뜻
김 前총장 측근들 이사회 장악 탓
학교는 애초에 승소 의지 안 보여
비대위 “희대의 사기 재판” 반발
지난해 교육부 요구로 해임된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의 상지대 재입성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 전 총장이 학교법인을 상대로 낸 해임 무효확인 소송에서 학교가 이기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서다. 2014년 김 전 총장 복귀로 불거진 학내 갈등이 다시 고조될 조짐이다.
21일 상지대 교수ㆍ학생 등으로 구성된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와 교육부 등에 따르면 김 전 총장이 1심에서 승소한 해임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22일로 다가왔다. 그러나 피고인 학교법인 상지학원 측의 ‘청구인낙’으로 원고인 김 전 총장이 다시 승소할 공산이 크다. 청구인낙은 원고의 주장을 피고가 인정하고 청구를 모두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사실상 항복 선언이다. 판결 전 피고가 청구인낙 의사를 표시할 경우 통상 원고 승소로 재판이 종결된다. 상지학원은 이미 3월 이런 의견을 법원에 전했다.
애초 상지학원에게는 승소 의지가 없었다. 상지학원은 지난해 8~11월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진행된 1심 재판 당시 변호사를 선임하기는커녕 쟁점 사안에 대한 답변서마저 법원에 제출하지 않는 무(無)변론 대응으로 일관하다 패소했다. 이번 항소심에서도 역시 다툼을 피했다. 감사 결과를 근거로 김 전 총장 해임을 요구했던 교육부의 지원(피고 보조 참가)마저 거부했다.
이런 결과는 부정 입학 등 비리를 저질러 1993년 구속되면서 상지대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 전 총장을 2014년 8월 상지학원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총장에 선임하면서 예견됐다. 상지대는 김 전 총장 퇴진 후 17년 간 교육부의 임시이사 체제로 운영됐지만 2010년 교육부 소속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구 재단의 복귀를 허용했고, 2014년 3월에는 김 전 총장 측근들이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했다. 21년 만에 김 전 총장이 복귀한 후 무더기 징계와 고소전으로 학교는 다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해임 당시부터 김 전 총장에게 소송 빌미를 주기 위해 이사회가 일부러 징계 절차를 누락했다며 ‘위장 해임’ 의혹을 제기해온 상지대 비대위는 이번 재판에 다시 반발하고 있다. 작년 김 전 총장 해임 때 학교 명예 훼손 등을 이유로 함께 파면된 방정균 전 한의대 교수는 “김 전 총장과 상지학원의 담합에 의한 희대의 사기 재판”이라며 “상지대 사례가 용인될 경우 교육부 징계가 무력화하고 다른 사학에 모방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으로 김 전 총장이 자리를 되찾을 경우 교내 갈등은 더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상지대 비대위 관계자는 “김 전 총장 해임만으로 상지대 사태가 해결될 수 없는데도 교육부가 첫 단추를 잘못 꿴 데 이어 방관자적 자세로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며 “조속히 현 이사진을 해임하고 임시이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지대 교수협의회ㆍ총학생회ㆍ노동조합 관계자들을 만나 “상지대가 정상적으로 운영돼 다시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교가 되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움직일 뜻이 없고 김 전 총장 측도 물러날 가능성이 낮아 상지대 상황은 악화일로가 불가피해 보인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김민정 기자 fac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