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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의 뒤늦은 ‘백남기 사건’ 사과, 이젠 진상규명 속도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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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찰의 뒤늦은 ‘백남기 사건’ 사과, 이젠 진상규명 속도 내야

입력
2017.06.16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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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한 데 이어 경찰이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6일 “2015년 민중총궐기 집회시위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백남기 농민과 유가족께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경찰 총수가 경찰 조직을 대표해 백씨 사건에 대해 사과한 것은 처음이다. 사망 원인 수정과 과잉진압 사과 등 당연한 것들이 이뤄지기까지 1년 7개월이 걸렸다.

백씨의 사망 원인과 진단서 작성, 책임자 규명 등 전 과정은 여전히 의혹 투성이다. 집회에서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그는 서울대병원에 옮겨진 뒤 317일 만에 숨졌다. 그러나 주치의 백선하 교수는 전공의에게 사망 원인을 ‘병사’로 기록하게 했다. ‘사망의 종류는 원사인에 따라 결정된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진단서 작성 지침에도 어긋난 명백한 오류였다. 경찰은 이 병사 판정을 근거로 백씨의 부검까지 시도하는 무리수를 뒀다. 유족들과 시민들의 저항이 아니었다면 사망 원인을 지병 탓으로 조작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남은 과제는 철저한 진상규명이다. 누가 어떻게 백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는지를 밝혀 내야 한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7명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고발했지만 검찰은 1년 반이 넘도록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도 늑장을 부리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자 뒤늦게 실시하는 등 수사 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밝히고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수사 강도를 높여야 한다.

백씨의 사망 원인이 병사로 기록된 경위도 조사해야 한다. 의료계에서는 ‘외인사’로 규정할 경우 정권에 부담이 갈 것을 우려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서창석 병원장이 백 교수 등에게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내달로 예정된 감사원의 서울대병원 기관운영 감사와 검찰 수사를 통해 전말이 상세히 밝혀져야 한다.

백씨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시위진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청장은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 “앞으로 일반 집회시위 현장에 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고 사용 요건도 엄격히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민생치안 현장에서 시민들과 늘 접촉하는 경찰 스스로의 인권의식이 달라져야 할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말로만 ‘인권경찰’로의 변신을 외칠 게 아니라 내부 개혁을 통해 인권의식을 높이는 작업을 치열하게 벌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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