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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마지막 승부수… 진박 5명 출마 길 막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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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마지막 승부수… 진박 5명 출마 길 막힐 위기

입력
2016.03.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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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원들과 상의 없이 독자 결단

무공천 방침 밝힌 5곳 예비후보들

탈당 시한 넘겨 무소속 출마도 못해

“수도권 참패 막기 위한 신의 한수”

“구경만 하더니… 만시지탄” 엇갈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오 의원을 컷오프한 서울 은평을 등 5곳의 공천안을 의결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재오 의원을 컷오프한 서울 은평을 등 5곳의 공천안을 의결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2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공천안 보이콧’ 기자회견은 전격적이었다. 스스로 회견에서 밝혔듯 최고위원들과 상의도 없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기자회견 30분 전 대표와 통화를 하면서 어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순리대로 (공천안을) 처리하면 좋겠다고 하니 대표가 ‘고민해보겠다’고만 답했다”며 허탈해했다.

이날 새벽 김 대표는 최고위원단, 사무총장단과 함께 여의도 국회 인근의 한 감자탕집에서 소주잔을 기울였다. 친박계인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화기애애한 당시 모습을 찍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것이 새누리당의 잠재력”이라고 쓰기도 했다. 자정을 넘겨 이어진 심야 최고위원회의의 험악한 분위기는 사라지고 서로 화해했다는 뜻이었다. 당시 최고위에선 공천관리위원회가 공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유승민 의원이 탈당하는 사태에 이르자, 김 대표가 탁자를 내리치며 원유철 원내대표와 고성을 주고받았다.

당내에선 이날 이한구 공관위원장이 ‘진박’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유 의원 지역구에 단수추천하는 것으로 공천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방심하던 친박계로선 김 대표에게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은 셈이다. 서청원ㆍ이인제 최고위원, 김태흠 의원 등 일부 친박계 의원은 이날 저녁 따로 만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전쟁 선포”라며 격앙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가 ‘무(無)공천’ 방침을 밝힌 5곳에 단수추천(전략공천)을 받았던 ‘진박’ 예비후보들은 25일 항의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예고했다.

김 대표의 회견에 당황한 원유철 원내대표 등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최고위 소집을 요구했으나, 김 대표는 이미 지역구인 부산에 내려간 뒤였다. 공천장에 반드시 찍혀야 하는 대표 직인도 김 대표가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원 원내대표가 이날 부산으로 내려가 김 대표를 만났지만, 김 대표는 “내일(25일) 서울 여의도 당사로 가겠다”면서도 “(무공천)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 측은 “(친박계가 주장하는) 원내대표 등의 대표 권한대행 당헌 적용 시도를 아예 불식시키려는 것”이라며 “최고위 소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의 회견을 두고 당내에선 ‘신의 한 수’라는 평가와 ‘만시지탄’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왔다. 공관위의 1차 공천안부터 전략공천 남발, 표적ㆍ보복 공천 등 당헌ㆍ당규 위배 논란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무기력하게 이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런 도중에 의외의 ‘옥새 쿠데타’로 반격에 나서자, 나름 호평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가 공천 학살에 따른 민심 역풍으로 수도권 참패 우려가 커지자 마지못해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는 시각도 있다. 김의영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표가 쓸 수 있는 마지막 수단까지 꺼내게 된 상황이 안타깝다”며 “그간 무력한 모습을 보여온 김 대표가 과연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로선 ‘정치적 마지노선’은 지킨 셈이 됐다. 대선주자로서 향후 위상 역시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그간 논란이 됐던 공천안은 대부분 소명이 됐지만 5곳은 명백히 당헌ㆍ당규를 어긴 사례”라며 “그럼에도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바로잡을 생각이 없음을 확인해 이미 밝힌 대로 대표로서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대의 하나를 지키기 위해 참고 참는다’는 김 대표의 정치 지론이 반영된 전략이라는 해석도 있다. 평소 김 대표가 곧잘 하는 말 중에 하나는 “아흔 아홉 번 울어도 마지막 한 번 웃는 놈이 진짜 승자다”이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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