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별도 고발 없으면 내사 종결" 불구
국정원이 직접 분석 나설 가능성도
경기 용인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가정보원 직원 임모(45)씨가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이 불거진 이후부터 목숨을 끊기 전까지 누구와 어떤 내용의 통화를 했는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씨의 직접적인 자살동기와 국정원 해킹프로그램 사용기록을 삭제하게 된 경위, ‘윗선’ 개입 여부 등 사건의 실체를 밝혀줄 유일한 단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일단 임씨가 자살한 것이 확실시 되는 만큼, 현재 확보중인 임씨의 휴대전화의 통화내역과 문제메시지 등을 별도로 분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임씨가 ▦일산화탄소 중독사라는 부검의 소견 ▦번개탄 5개와 숯 2봉지 등을 임씨가 직접 구입한 것으로 확인된 점 ▦타살 흔적이 없는 점 ▦유서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자살이라고 잠정 결론 냈다. 자살로 결론 난 이상 휴대전화 내역을 굳이 따져볼 이유가 없어, 사건도 조만간 내사 종결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임씨가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과 관련,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등을 말끔히 규명하기 위해선 그가 마지막까지 켜둔 휴대전화의 통화내역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임씨는 유서에서“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없었다”고 결백을 강조했지만, 그의 주장대로 민간이 사찰이 없었다면 굳이 극단적 선택을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생전 부인에게 “업무적으로 힘들다”고 토로했고 가족에게 “짊어져야 할 일이 너무 무겁다”는 유서를 남긴 것 등도 국정원 안팎에서 심리적 압박이 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통화 기록 조회 결과 임씨가 숨지기 전 해킹프로그램과 관련한 국정원 내부의 누군가와 집중적으로 전화를 주고받았거나 해킹 프로그램 사용 기록 등에 관한 내용이 언급된다면 그 파장은 커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자살사건에 대해서만 수사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별도의 고소ㆍ고발 등이 있지 않는 한 통화내역 분석은 필요하지 않다는 게 현재까지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임씨의 휴대폰 조사에 소극적인 입장을 표명했지만, 국정원이 직접 나서 통화 내역 분석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국정원은 해킹프로그램 구입문제가 불거졌을 때부터 “감청기록을 공개하겠다”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선 만큼, 의혹 해소 차원에서 통화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편 이상원 경찰청 차장은 임씨의 자살 사건과 관련, “유서를 보고 난 뒤 국정원 직원인줄 알았다”며 임씨의 수색 작업에 국정원이 관련됐을 가능성을 일축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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