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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과정 직접 보고 싶었는데…” 격랑에 낙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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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인양과정 직접 보고 싶었는데…” 격랑에 낙심

입력
2016.04.1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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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가족ㆍ특조위 조사관 등

참사 2주기 앞두고 사고해역으로

40분 달려 도착했지만

선장 “바지선 접안 못해” 통보

“하늘도 무심” 가슴 미어져

“선체 온전한 인양만 바랄 뿐”

현장서 2.6km 떨어진 동거차도

유족들 산 중턱에 텐트ㆍ천막 설치

3~5명씩 조를 짜 현장모습 기록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세월호 사고 해역에 중국 구난구조회사 상하이 샐비지가 바지선을 띄워놓고 인양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세월호 사고 해역에 중국 구난구조회사 상하이 샐비지가 바지선을 띄워놓고 인양 사전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시스

4ㆍ16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서망항. 4ㆍ16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들과 세월호 가족들을 태운 10톤 크기 덕원호가 세월호 인양 작업 현장 확인을 위해 출항하자 미수습자 가족과 유가족들의 표정은 이내 굳어졌다. “딸아이가 2년째 저 바닷속에 있어요. 그 동안 많이 울기도 하고 정부를 향해 욕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만 해줘도 좋겠어요.” 2년 전 제주도 수학여행을 떠나 728일째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막내딸 조은화양을 기다리는 어머니 이금희(46)씨는 지난 2년 세월에 지치긴 했지만 눈빛은 기대가 가득했다.

이날은 특조위와 가족들이 사고 해역에서 인양 작업을 진행 중인 중국 업체 상하이샐비지 바지선에 올라 공정을 직접 확인키로 한 날이었다. 현장에선 5월로 예정된 세월호 ‘선수 들기’작업을 위해 수중 선체 무게를 줄이는 부력 만들기 작업이 한창이라고 했다.

하지만 뱃길이 시작되자 가족들의 얼굴은 곧 어두워졌다. 출항 초 찰랑거리던 파도는 인양 현장이자 사고 해역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높아졌다. 약 40분을 달려 도착한 사고 해역은 맹골수도라는 이름값을 하며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 덕원호 선장 박태일(63)씨는 “기상예보상 파고는 0.5m 정도로 예상됐지만 오늘은 워낙 해류가 거세 바지선 접안이 힘들겠다”고 통보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침몰 해역에 정박된 중국 상하이 샐비지 바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나흘 앞둔 12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침몰 해역에 정박된 중국 상하이 샐비지 바지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인양 시작 당시 한 차례만 현장이 공개됐던 터라 이날 방문을 기대했던 이들은 크게 낙심한 표정이었다. 단원고 생존자 애진 아빠 장동원(47)씨는 “부력재를 투입해 세월호를 들어 올리는 공정이 진행 중이라는데 공정 과정에서 선체 훼손이 없는지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날아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건우군 아빠 김광배(51)씨는 유독 침통해했다. 지난 8일이 건우군 생일이었다는 김씨는 “건우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꼭 인양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싶었는데 언제 또 이런 자리가 생기겠냐”며 속상해 했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해양수산부의 협조를 얻어 가족들과 함께 다시 인양 현장을 방문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을 실은 배는 대신 인양 현장에서 약 2.6㎞ 떨어진 동거차도로 향했다. 전남 진도군 조도면에 딸린 동거차도는 약 30가구 1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작은 섬. 하지만 유족들에겐 매우 특별한 곳이다. 2년 전 참사 당시 많은 학생들이 처음 구조돼 실려갔던 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단원고 희생자 유족 3~5명이 조를 짜 매주 번갈아 인양 현장을 카메라로 지켜보고 있기 곳이기도 하다.

이날도 섬의 산 중턱에 설치된 한 개의 텐트와 두 개의 천막 속에선 윤민 아빠 최성용(55)씨와 예슬 아빠 박종범(50)씨, 소연 아빠 김진철(55)씨 등 3명이 인양 현장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가족들이 탄 배가 인양 현장 바지선 접안에 실패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며 안타까웠다는 최씨는 “지난해 인양 바지선에 머물며 진행 상황을 지켜보고 싶다는 가족들의 요구가 거부당하면서 이곳에 캠프를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인양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 “그래도 오늘 특조위 조사관들과 가족들이 현장을 가본다고 해서 기뻐했는데 하늘이 돕지 않았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무궁화동산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의 숲 완공식을 찾은 세월호 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무궁화동산에서 열린 세월호 기억의 숲 완공식을 찾은 세월호 가족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년 간 서울과 팽목항을 오가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혀내고 정부의 책임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했던 가족들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다.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과 미수습자 확인, 진실 규명만 원할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와 정치권의 외면, 국민들의 무관심 때문이다.

세월호 가족들은 이날 인양 현장 방문 실패보다 특조위의 앞날을 더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최씨는 “특조위 예산이 오는 6월까지밖에 책정이 안돼 그 이후로 활동을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하더라도 이후 조사를 진실되게 할 수 있겠느냐”고 걱정했다.

“우리가 이렇게 감시를 멈추지 않는 이유는 온전한 선체 인양 이후 특조위나 특검을 통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소연 아빠 김진철씨는 텐트 앞으로 펼쳐진 맹골수도 바다와 세월호를 끌어올리려는 바지선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진도=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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