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代作) 그림들을 헐값에 사서 자신이 다 그린 양 되팔아 억대 돈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가수 조영남(71)씨가 “난 사기 치는 사람이 아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속이려고 마음 먹은 적이 없어서 (재판 받기까지) 마음이 편안했다”고 그는 취재진에게 얘기했다.
조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오윤경 판사 심리로 10일 열린 사기 혐의 첫 공판이 끝난 뒤 “외국에선 조수를 많이 써서 인터뷰에서 그게 ‘관례’라고 말했는데, 일부가 곡해했다”면서 “국내 작가 중에서 조수를 안 쓰고 묵묵히 창작활동을 하는 화가들에겐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 “조수의 도움을 받았다 해서 일일이 그림을 사는 이들에게 알릴 의무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속이려는 고의가 없었다”며 조씨의 혐의를 부인했다. 조씨 측은 이어 “검찰에선 처음에 조수가 90%를 그렸다고 했는데 얼마나 그렸는지 구체적 증거가 없다”며 “모든 작품의 아이디어는 조씨가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모(61)씨에게 점당 10만원을 주고 그리도록 한 그림들에 덧칠을 한 뒤 자신의 서명을 남겨서 총 17명에게 그림 21점을 팔아 1억5,355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는 또 자신의 소속사 대표 겸 매너지인 장모씨와 함께 지난해 9월~올해 4월 3명에게 대작 그림 5점을 팔아 2,68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조씨의 ‘대작 장사’의혹을 폭로한 송씨는 200점 넘게 그림을 대신 그려줬고, 대학원생 A씨는 시급 1만원에 그림을 그리라는 조씨의 작업 지시를 받고 29점을 넘겼다. 조씨는 2008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최소한 조영남은 조수를 두지 않고 직접 그린다”는 취지로 언급하는 등 자칭 화가로서 스스로 그림을 그렸다고 여러 번 밝혀 검찰은 사기죄를 적용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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