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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빗나간 안보논쟁으로 대선 분위기 얼룩지게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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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빗나간 안보논쟁으로 대선 분위기 얼룩지게 해서야

입력
2017.04.21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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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9 대선 선거전이 빗나간 안보 논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을 둘러싸고 한반도 위기설이 고조된 상황에서 안보 문제가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안보관 검증을 이유로 냉전시대의 유물인 주적(主敵) 논란에 불을 지피고 지난 정권 시절 안보관련 주요 정책 결정 과정의 속살까지 드러내며 소모적 정쟁을 일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시대착오적 색깔론으로 번지는 것은 더욱 경계할 일이다.

안보 논란의 중심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있다. 21일에는 노무현정부 말기인 2007년 11월 정부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에 기권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그의 역할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기권결정에 앞서 문 후보가 국가정보원을 통해 북한의 반응을 알아보자고 했다고 기술해 한바탕 논란이 됐던 사안이다.

문 후보는 19일 TV토론 중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북한에 직접 물어보자는 게 아니라 국정원의 해외정보망을 통해 북한의 반응을 판단해 봤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 내용이 잘못됐다고 비켜 간 것이다. 그러자 송 전 장관은 진실을 밝히겠다며 자신의 회고록 내용을 뒷받침하는 관련 문건을 21일 공개했다. 이를 보고도 문 후보가 그런 주장을 할 수 있느냐고도 했다. 다른 후보들은 일제히 문 후보가 거짓해명을 했다며 무차별 공세를 폈다. 이에 문 후보는 “지난 대선 때 북방한계선(NLL) 조작 북풍 공작사건에 이은 제2의 NLL 사건으로 규정한다”며 강력 대응하고 나섰지만 곤혹스런 진실게임을 피해 가기 어려운 형국이다.

당시 노무현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기권은 직전의 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 등을 토대로 남북관계 발전을 이어 가기 위해 치열한 내부 논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었다. 송 전 장관의 회고록은 그런 과정을 자세히 기록해 참고 자료와 교훈으로 삼자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엉뚱한 논란으로 번지며 취지가 바랬다. 회고록 내용이 전체적 맥락이나 상황과는 괴리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특정 부분을 과도하게 부각해 정쟁거리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문 후보도 기억 탓만 하지 말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진실되게 상황을 설명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새삼스러운 주적 공방도 그렇다.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김정은 정권과 북한 군부는 우리에게 심각한 안보위협이다. 여기에는 어떤 이론도 있을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은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평화정착과 공동 번영을 꾀하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로 함께 나아가야 하는 상대이기도 하다. 무조건 적으로만 규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을 외면하고 주적이냐 아니냐의 이분법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다. 어느 때보다 엄혹한 안보위기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이다. 후보들은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넘어 건설적이고 창의적인 안보위기 타개 방안으로 경쟁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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