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료ㆍ법조인 아닌 언론인
'파격이라면 파격'
행정경험 전무 약점
관료집단 개혁 역량 미지수
청문회 통과에 신경 흔적
보수층 결집 물밑 포석도
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인선에 난항을 겪던 신임 총리 후보자로 문창극(66) 전 중앙일보 주필 카드를 꺼낸 것은 국회 인사 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두면서도 6ㆍ4 선거 민심에 대해 공세적으로 대응하는 성격이 짙다. ‘보수적 색채가 뚜렷한 충청 출신의 언론인’이란 문 후보자의 경력을 감안하면, 6ㆍ4 선거에서 드러난 충청권 이탈을 껴안으면서 집권 기반을 재정비해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야간 팽팽한 혈전을 보였던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반대편 민심을 껴안으며 국정 운영 기조를 변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던 것과는 정반대의 수습책을 내놓은 셈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로 언론인 출신을 선택한 것은 기존 관료ㆍ법조인 중심의 인사 스타일에서 벗어난 데다, 헌정 사상 첫 기자 출신 총리 후보라는 점에서 일종의 파격 인사로 평가 받고 있다. 언론인이 관피아에서 자유롭고 여론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면모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개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없지 않다. 하지만 언론인 출신 후보자가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은 큰 약점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언론인이 정계 입문은 많아도 곧바로 부처 관료로 가는 것은 극히 드물다”며 “견고하고 두터운 관료집단을 개혁할 행정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문 후보자의 경력이 가진 장단점은 박근혜 2기 정부의 화두인 책임총리제 구현과도 맞물려 있다. 문 후보자가 2011년 박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점 등으로 직언이 가능한 인사라는 얘기도 나오지만, 행정력이나 자기 정치력을 갖추지 못해 책임과 권한을 갖고 소신껏 내각을 이끌지는 의문이다. 청와대 중심의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기조가 2기 정부에도 이어져 ‘대독총리’, ‘방패총리’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후보자가 ‘핵무장론’을 주장할 정도로 강경한 보수 논객이란 점에서 보면, 6ㆍ4 선거에서 충청 완패에다 수도권 및 부산까지 함락될 뻔했던 위기 상황을 보수층 결집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여권 내에서도 민심의 팽팽한 충돌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위해서는 야권 성향의 인물을 총리로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선택이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당선자와 원희룡 제주지사 당선자가 야권에 도정 참여를 요청하며 ‘화합의 정치’를 펴는 추세와도 동떨어진 것이다. 외형상 충청권을 배려하며 언론인을 발탁하는 파격적 선택을 했지만, 내용상 국민 화합과는 거리가 먼 불통 인사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주변에서는 이번 인사가 인사청문회 통과에 방점이 찍혔다는 얘기가 많다.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안대희 전 총리 후보자 낙마로 다시 검증에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이 상당했다. 총리 내정이 늦어졌던 것도 상당수 후보들이 검증에 걸리거나 고사했기 때문이란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얘기다. 문 후보자가 언론인 출신으로서 전관예우나 재산 형성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나 있고 검증 결과 문제소지가 적은 것으로 판단돼 전격 발탁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야당은 “51%만을 바라보는, 박근혜 정권만을 위한 인사”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청와대의 기대와 달리 국회 동의를 얻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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