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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talk] "브랜드 대놓고 노출하고 광고시간 3배… 고삐 풀린 서유기"

입력
2015.09.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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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도 한다' 광고주 호객행위

모든 연령 시청자 등급인데 담배 브랜드·상암동 베팅남 멘트

무료 인터넷 영상물 심의 제외, 온라인 콘텐츠 공공성 논의 있어야

어린이도 볼 수 있는 온라인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에서 나영석 CJ E&M PD가 “담배 브랜드 7개를 대라”는 문제를 냈다. 특정 브랜드 노출에 인신공격성 멘트 등 규제 없는 인터넷 플랫폼의 공공성 확보가 숙제로 떠올랐다. 동영상 캡처
어린이도 볼 수 있는 온라인 예능프로그램 ‘신서유기’에서 나영석 CJ E&M PD가 “담배 브랜드 7개를 대라”는 문제를 냈다. 특정 브랜드 노출에 인신공격성 멘트 등 규제 없는 인터넷 플랫폼의 공공성 확보가 숙제로 떠올랐다. 동영상 캡처

‘신(新)서유기’가 아니라 ‘고삐 풀린 서유기’다. 4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공개된 tvN 온라인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 1~5화에서는 불법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방송인 이수근을 ‘상암동 베팅남’으로, 이혼한 가수 은지원을 ‘여의도 이혼남’이라 부르는 자극적인 멘트들이 쏟아졌다. 방송 활동을 20년 넘게 한 강호동이 “(멘트) 그냥 막치는 거야?”라고 놀랐을 정도다. 방송에선 금지되는 특정 브랜드 노출도 거침이 없었다. 나이키, 샤오밍, 라인 등을 언급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고,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도록 시청 등급을 매겨놓고선 ‘담배 브랜드 7개 대기’ 게임도 내보냈다. 10일 기준 ‘신서유기’1~5화는 조회수 1,600만건을 넘어섰다. 방송에서 인터넷으로, 콘텐츠 유통망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아무런 규제가 없는 인터넷 플랫폼의 공공성 문제가 심각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라제기 기자(라)= 인터넷에서는 욕을 안 먹을 거라고 거침없이 프로그램을 꾸려가는 게 영 불편하다.

강은영 기자(강)= ‘상암동 베팅남’ ‘여의도 이혼남’ 같은 말은 상대방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이다. 노골적인데다 되바라진 표현들이 보는 내내 부담스러웠다.

조아름 기자(조)= 출연자들이 유니클로, 아식스 등 브랜드를 대놓고 언급한 것도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광고 할 수 있어요’라고 광고주에 호객 행위를 하는 것이다.

양승준 기자(양)= ‘치킨 브랜드 7개 대기’와 같은 게임을 벌여 브랜드와 상표까지 다 노출했다. 1~5회에선 간접광고(PPL) 협찬을 받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후 프로그램에서 온라인 콘텐츠 심의 규제 허점을 악용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나영석 PD.
나영석 PD.

라= tvN이 ‘신서유기’를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지 않고 네이버에 준 게 의문이다. 화제성이 커 자사 사이트에 공개해도 네티즌이 보러 왔을 텐데.

강= tvN 내부에서 대형 포털사이트에 유통해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더 많은 사용자가 몰리니 광고 수익 등 상업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기대한 거다.

양= 잘 나가는 웹드라마는 포털업체로부터 조회 건당 3~4원을 받는다. ‘신서유기’는 이보다 좋은 조건으로 네이버와 계약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회 건당 5원이라는 얘기가 있다. ‘신서유기’ 5화의 총 조회수가 1,600만이 나왔으니, 20화 공개 예정인 프로그램의 총 조회수는 6,000만 정도로 예상된다. 건당 5원만 곱해도 조회수 수익만 3억원이다. 영상마다 붙은 30초 광고수익까지 치면 확실히 돈 되는 장사라는 걸 보여줬다.

라= 광고도 지나치다. 유튜브에서 보는 영상은 보통 영상 시작 전 광고를 5초만 보고 건너뛸 수 있는데, 네이버에서 유통되는 ‘신서유기’는 15초나 봐야 한다.

조= 지상파 3사를 비롯해 CJ E&M 등 주요 방송사에서 주도해 광고 시간을 늘렸기 때문이다. SBS와 MBC가 지난해 합작해 설립한 스마트미디어랩이 생긴 뒤 그렇게 됐다. 지난해까진 지상파 3사 등 방송사 콘텐츠를 포털사이트에서 볼 때 광고를 5초만 봤는데 최근 15초로 늘어났다.

강= 결국 방송사들의 온라인 수익 강화 움직임에 사용자들이 피해를 봤다. 광고 시간 규제 등 단속이 필요하다.

양= 온라인 콘텐츠 심의에 대한 책임 소재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무료로 인터넷에 유통되는 영상물은 심의나 등급분류 대상이 아니어서, 네이버에 웹드라마를 제공하는 제작사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의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네이버에서 자체 심의를 할 뿐이다. 이러다 보니 담배 브랜드와 ‘상암동 베팅남’ 얘기까지 나온 ‘신서유기’가 15세 이상 시청가도 아니고 모든 연령 시청자 등급으로 책정된 것이다.

라= 온라인이 주요 콘텐츠 유통망으로 변하고 있는데, 정작 이 시장에선 공공성에 대한논의가 전혀 없다. 사실상 포털이 방송매체로 변하고 있는 만큼 포털사이트가 공공성에 대한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엔터테인먼트에만 치중해 문제다.

강= ‘신서유기’의 온라인 유통은 방송사 없이도 프로그램을 유통할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포털사이트와 PD가 직접 접촉해 프로그램 제작을 논의하면, 방송사는 지금보다 더 힘을 못 쓸 것이다. PD들의 방송사 이탈도 더 늘 수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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