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도 한다' 광고주 호객행위
모든 연령 시청자 등급인데 담배 브랜드·상암동 베팅남 멘트
무료 인터넷 영상물 심의 제외, 온라인 콘텐츠 공공성 논의 있어야
‘신(新)서유기’가 아니라 ‘고삐 풀린 서유기’다. 4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공개된 tvN 온라인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 1~5화에서는 불법 도박으로 물의를 빚은 방송인 이수근을 ‘상암동 베팅남’으로, 이혼한 가수 은지원을 ‘여의도 이혼남’이라 부르는 자극적인 멘트들이 쏟아졌다. 방송 활동을 20년 넘게 한 강호동이 “(멘트) 그냥 막치는 거야?”라고 놀랐을 정도다. 방송에선 금지되는 특정 브랜드 노출도 거침이 없었다. 나이키, 샤오밍, 라인 등을 언급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고, 전 연령대가 볼 수 있도록 시청 등급을 매겨놓고선 ‘담배 브랜드 7개 대기’ 게임도 내보냈다. 10일 기준 ‘신서유기’1~5화는 조회수 1,600만건을 넘어섰다. 방송에서 인터넷으로, 콘텐츠 유통망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아무런 규제가 없는 인터넷 플랫폼의 공공성 문제가 심각한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
라제기 기자(라)= 인터넷에서는 욕을 안 먹을 거라고 거침없이 프로그램을 꾸려가는 게 영 불편하다.
강은영 기자(강)= ‘상암동 베팅남’ ‘여의도 이혼남’ 같은 말은 상대방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표현이다. 노골적인데다 되바라진 표현들이 보는 내내 부담스러웠다.
조아름 기자(조)= 출연자들이 유니클로, 아식스 등 브랜드를 대놓고 언급한 것도 충격적이었다. ‘이렇게 광고 할 수 있어요’라고 광고주에 호객 행위를 하는 것이다.
양승준 기자(양)= ‘치킨 브랜드 7개 대기’와 같은 게임을 벌여 브랜드와 상표까지 다 노출했다. 1~5회에선 간접광고(PPL) 협찬을 받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후 프로그램에서 온라인 콘텐츠 심의 규제 허점을 악용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
라= tvN이 ‘신서유기’를 자사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하지 않고 네이버에 준 게 의문이다. 화제성이 커 자사 사이트에 공개해도 네티즌이 보러 왔을 텐데.
강= tvN 내부에서 대형 포털사이트에 유통해 노출 효과를 극대화하자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더 많은 사용자가 몰리니 광고 수익 등 상업적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기대한 거다.
양= 잘 나가는 웹드라마는 포털업체로부터 조회 건당 3~4원을 받는다. ‘신서유기’는 이보다 좋은 조건으로 네이버와 계약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조회 건당 5원이라는 얘기가 있다. ‘신서유기’ 5화의 총 조회수가 1,600만이 나왔으니, 20화 공개 예정인 프로그램의 총 조회수는 6,000만 정도로 예상된다. 건당 5원만 곱해도 조회수 수익만 3억원이다. 영상마다 붙은 30초 광고수익까지 치면 확실히 돈 되는 장사라는 걸 보여줬다.
라= 광고도 지나치다. 유튜브에서 보는 영상은 보통 영상 시작 전 광고를 5초만 보고 건너뛸 수 있는데, 네이버에서 유통되는 ‘신서유기’는 15초나 봐야 한다.
조= 지상파 3사를 비롯해 CJ E&M 등 주요 방송사에서 주도해 광고 시간을 늘렸기 때문이다. SBS와 MBC가 지난해 합작해 설립한 스마트미디어랩이 생긴 뒤 그렇게 됐다. 지난해까진 지상파 3사 등 방송사 콘텐츠를 포털사이트에서 볼 때 광고를 5초만 봤는데 최근 15초로 늘어났다.
강= 결국 방송사들의 온라인 수익 강화 움직임에 사용자들이 피해를 봤다. 광고 시간 규제 등 단속이 필요하다.
양= 온라인 콘텐츠 심의에 대한 책임 소재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무료로 인터넷에 유통되는 영상물은 심의나 등급분류 대상이 아니어서, 네이버에 웹드라마를 제공하는 제작사들은 영상물등급위원회 등의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네이버에서 자체 심의를 할 뿐이다. 이러다 보니 담배 브랜드와 ‘상암동 베팅남’ 얘기까지 나온 ‘신서유기’가 15세 이상 시청가도 아니고 모든 연령 시청자 등급으로 책정된 것이다.
라= 온라인이 주요 콘텐츠 유통망으로 변하고 있는데, 정작 이 시장에선 공공성에 대한논의가 전혀 없다. 사실상 포털이 방송매체로 변하고 있는 만큼 포털사이트가 공공성에 대한 책임의식을 지녀야 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 위한 엔터테인먼트에만 치중해 문제다.
강= ‘신서유기’의 온라인 유통은 방송사 없이도 프로그램을 유통할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포털사이트와 PD가 직접 접촉해 프로그램 제작을 논의하면, 방송사는 지금보다 더 힘을 못 쓸 것이다. PD들의 방송사 이탈도 더 늘 수 있다.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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