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배치된 전술핵도 워싱턴 허가 없이 사용 못해
미 ICBM 등 보유… 전술핵 통한 핵우산 개념 사라져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의 군사적 효용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국내 학자의 주장이 제기돼 주목을 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전술핵 공유의 전례에 봤을 때 결국 전술핵의 사용 권한은 실제 배치 국가들이 아닌 미군에 있는데다, 이미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보유한 상황이어서 전술핵의 군사적 의미도 크지 않다는 분석에서다.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는 23일 '나토 핵공유 체제 재론(再論)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에 대한 함의'라는 논문에서 "나토식 핵공유 프로토콜 구성은 미국 측의 명령 또는 결정 없이 전술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는 여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해둔 형태"라고 밝혔다. 나토식 핵공유란 미국이 핵을 보유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과 전술핵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체제를 뜻한다. 이에 따라 현재 독일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 등 5개국의 6개 공군기지에는 미군의 전술용 핵탄두 B-61이 약 100~200기 배치돼 있다.
황 교수는 그러나 이들 전술핵이 "미국 탄약지원대대(MUNSS)의 전적인 관리와 통제 하에 놓여있다"며 "현지 해당국 정부나 군 당국은 접근 권한이 없다고 관련 문헌들이 일관되게 설명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군의 모든 핵무기에는 워싱턴에서 직접 송신하는 긴급행동메시지(EAM) 발사코드를 입력하기 전에는 활성화되지 않는다. 미국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동의한다고 해도 사용 결정권은 결국 미국에 있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한반도에 핵무기를 배치한다고 해도 그 사용권을 미국이 갖는 한 이를 통해 한국이 독자적 북핵 억지력을 갖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더욱이 군사적 실효성도 크지 않다고 황 교수는 지적했다. 미국 유럽에 전술핵을 배치했던 1950~1960년대와는 달리 현재는 미국의 ICBM과 SLBM, 전략폭격기 등 '핵 삼원체제'가 완성되어 있다. 언제든 가상의 적국에 핵을 투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유럽에 배치된 전술핵 무기로 핵우산을 가동한다는 개념은 이미 오래 전에 폐기됐다는 게 정설"이라고 황 교수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유럽에 전술핵이 남아 있는 이유는 전술핵이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 대해 제시하는 정치적 의지의 상징물이기 때문인 동시에 철수할 경우 유럽 동맹국들이 받을 심리적 영향을 미국이 우려한 탓이라는 주장이다. 황 교수는 "미군 전술핵이 국내에 재반입 된다고 해도 그 의미는 확장억제에 대한 미국 측의 정치적 의미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게 옳을 뿐"이라며 "군사적 효용성은 유럽에서의 한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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