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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인사이드] 오뚜기, 착한 기업 이미지 ‘갓뚜기’ 찬사… 카레ㆍ케첩 이어 라면도 1위 도전

입력
2017.06.0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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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납부ㆍ사회공헌 활동 부각

‘가격동결 승부수’ 라면 2위 약진

주가 10년 만에 20배 이상 뛰어

수익성 개선ㆍ해외시장 발굴 숙제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해결해야

오뚜기 대풍공장
오뚜기 대풍공장

"오뚜기가 아니고 ‘갓(God)뚜기’다.”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시위가 이어지던 지난해 11월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식품기업 오뚜기에 대한 찬사가 줄을 이었다. 박근혜 정부와 재벌 기업들 간의 유착관계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던 시점에서, 이들 기업과 달랐던 오뚜기의 행보가 집중적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오뚜기에 찬사를 보냈던 이유는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함영준(58) 오뚜기 회장이 선대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물려받으면서 부과된 상속세 1,500억원을 모두 납부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재벌 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등의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게 일반화된 상황에서, 함 회장의 상속세 납부를 대중들은 신선하게 받아들였다.

또 오뚜기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시식 사원 1,800여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고용했다는 뉴스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밖에 심장병 어린이 수술비용 지원과 장애인 재활지원 사업 후원 등 오뚜기가 벌이는 사회공헌 활동도 사람들이 SNS상에서 오뚜기 소식에 ‘좋아요’를 누르게 만들었다.

물론 오뚜기 선행이 다소 과장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대다수 식품업체가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시식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데, 유독 오뚜기만 그렇게 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오뚜기 측도 “시식사원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 다른 식품업체도 대부분 시식사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함 회장의 상속세 납부와 오뚜기의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 등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져 ‘착한 기업’이라는 오뚜기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재벌 기업 행태에 실망한 사람들이 바람직한 기업의 표상으로 오뚜기를 대신 선택한 것”이라며 “상속세 납부와 사회공헌 활동 등은 기업의 당연한 의무인데, 그 의무를 했다고 사람들의 찬사가 이어지는 건 기업하는 사람들이 반성할 일"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최초와 1위 기록들

오뚜기는 국내 식품 업계에 유달리 ‘최초’ 기록을 많이 가지고 있다. 고(故) 함태호 명예회장이 1969년 설립한 오뚜기는 그 해 최초로 카레를 생산해 대중화했다. 또 1971년에는 토마토케첩을, 그 이듬해에는 마요네즈를 최초로 국내 시장에 내놓는다.

1981년에는 즉석 요리의 원조 격인 ‘3분 카레’를 출시하며 국내 레토르트 식품(조리 가공한 요리를 살균해 알루미늄 봉지에 포장한 식품)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도 했다.

최초 기록과 함께 오뚜기가 내세우는 또 다른 자랑거리는 무수히 많은 업계 1등 제품들이다. 오뚜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카레, 수프, 케첩 등 25개 제품군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중에서 카레와 케첩, 3분 요리 등의 제품은 국내에 출시된 뒤 단 한번도 1등 자리를 남에게 내준 적이 없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오뚜기가 내놓는 제품은 지금이야 흔하게 접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개념도 제대로 없었던 식료품들”이라며 “오뚜기가 시장을 열면 대중화되고, 후발 주자가 이를 따라가는 일이 1990년대까지는 계속 반복됐다”고 말했다.

라면시장 승부수와 기업가치 급등

오뚜기의 사세 확장은 지금도 무서운 기세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라면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오뚜기는 후발주자로 1988년 라면시장에 발을 들인 지 25년만인 2013년 삼양을 제치며 처음으로 업계 2위 자리에 올라섰다.

오뚜기는 라면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2012년부터 젊은 층을 공략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오뚜기가 미국 프로야구 선수 류현진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라면 업계에 광고 전쟁이 일어났던 때도 이맘때부터다.

라면 업계 관계자는 “라면 업계 1위 농심이 지난해 말 주요 라면 제품 가격을 올렸지만 오뚜기는 라면 가격 동결을 선언했다”며 “10년째 이어진 오뚜기의 라면 가격 동결은 라면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오뚜기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라면시장에서의 성공은 오뚜기 기업가치 급등으로 연결됐다. 실제 2006년 1월 주당 4만 7,000원에 불과했던 오뚜기 주식 가격은 9년만인 2015년 8월 100만원을 넘어서며 황제주 지위에 올라선다. 특히 2015년의 오뚜기 주가는 50만원대서 100만원대로 7개월 만에 2배 넘게 오르는 이상 과열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오뚜기 주가는 그 후 조정을 받고 올해 들어 70만~8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조정된 현재 주가를 기준으로 삼아도 오뚜기 기업가치는 10년 만에 20배 이상 오른 셈이다.

당시 주요 증권사들은 오뚜기 주가 급등의 원인을 라면 시장에서의 약진과 함께 선대 회장이 구축한 사업 다각화에서 찾았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 내부에서도 주가가 그렇게까지 오를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며 “다만 주가가 오르면서 오뚜기가 가진 다양한 1등 제품을 발견하고 그 성장성에 주목하는 사람이 늘어났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뚜기 매출도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2006년 1조원에도 못 미쳤던 오뚜기 매출은 지난해 2조원의 벽도 넘어섰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라면시장에서의 선전뿐 아니라 다양한 식품군에서 1등을 할 수 있는 오뚜기의 다양한 사업구조가 매출 증대의 주요 원동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착한기업 이미지 흐리는 일감몰아주기 논란

오뚜기의 최대 과제는 수익성 개선이다. 오뚜기는 다양한 식품군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안정적인 사업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지만, 주력 제품의 가격대가 대부분 중ㆍ저가에 치중돼 있어 큰 이익이 나기 힘든 구조다.

특히 오뚜기가 라면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10년째 가격 동결을 이어가면서 이 분야에서의 수익성 개선 속도도 더뎌지고 있다. 실제 오뚜기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의 지난해 매출은 5,913억원으로 전년대비 16.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7억원으로 오히려 1.2% 감소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뚜기라면의 낮아진 이익률을 감안하면 오뚜기가 내년에는 라면 가격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발굴도 오뚜기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오뚜기의 지난해 해외매출 금액은 1,832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1%에 불과하다. 오리온(68%), 농심(31.6%), CJ제일제당(41.5%) 등 경쟁 식품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최근 불거진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함영준 회장이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오뚜기가 계열사인 오뚜기라면의 제품을 내부 거래로 매입해 외부에 판매하는 형식으로 오뚜기라면의 사세를 불려주고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특히 비상장 회사인 오뚜기라면의 최대주주가 함 회장(35.63%)인 만큼 계열사 간 내부거래가 함 회장의 부를 증대시키는 편법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난도 제기된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현행 법률상 대기업이 아닌 중소ㆍ중견기업은 일감 몰아주기를 해도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하지만 중소ㆍ중견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일감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리면서 정치권에서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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