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ㆍ포털 통한 홍보ㆍ마케팅보다 동시 접속자 수 수십배나 많아
소비자들 사이 공식채널로
지난9일 미국 캘리포니아의 쿠퍼티노 플린트 센터에서 애플의 아이폰6와 애플 워치 신제품 발표회 행사가 열렸다. 애플은 온라인 방송플랫폼인 '애플 라이브'를 통해 2시간이 넘는 실시간 생중계로 그들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알렸다. 네티즌과 언론들은 필터링 없이 이를 시청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은 실시간 논평을 내놓을 뿐, 가치 판단은 소비자에게 맡겼다. 애플은 트래픽의 폭주를 예상한 듯, 고화질의 이미지와 콘텐츠를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했다. 이는 전 세계 애플 마니아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삼성전자도 국제 가전전시회 IFA 쇼가 열리는 베를린과 베이징, 뉴욕 등에서 갤럭시 노트4 공개 행사를 생중계하며 네티즌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 버버리는 자사의 리테일 시어터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25개 매장에서 브랜드 콘텐츠를 공급하고 고객을 초청해 실시간 패션쇼 현장을 생중계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인 버버리 라이브에서는 단순한 패션쇼 현장 중계를 넘어 ‘런웨이 투 리얼리티(Runway to Reality)’ 서비스를 전 세계 소비자에게 선사한다. 패션쇼 현장에서 온라인으로 제품을 선주문 받아 7주 안에 배송해주는 혁신적인 서비스다.
브랜드의 팬덤(열성 팬)이 형성되어 있는 기업행사 현장의 생중계에는 고도의 홍보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다. 최근 활발히 이뤄지는 이 같은 행사들은 외부 미디어에 의존하지 않고 기업이 직접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기업의 실시간 생중계가 기존의 주요 미디어 생중계보다 동시 접속자 수가 수십 배 많으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공식 채널로 이미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앞선 기업들은 한결같이 자신들이 보유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 플랫폼 구축과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업들은 TV와 라디오, 신문, 잡지를 통해 브랜드 홍보, 마케팅, 이벤트 등을 진행하며 천문학적 비용을 지불하고 회사의 입장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관행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패러다임은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으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열리면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포털과 검색엔진 등 디지털 미디어가 주도하는 최근까지도 기업들은 자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통행료 지불 방식의 기존 행태를 답습할 수밖에 없었다. 평균 0.1%도 되지 않는 낮은 클릭률에도 효율성 없는 수많은 배너 광고들이 검증 없이 집행됐다. 이러한 비효율을 극복하기 위해 SNS로 호객하듯 발송한 천편일률적이고 공허한 콘텐츠들은 소비자를 더욱 피로하게 만든다.
2년전 코카콜라는 외부 미디어에 의존하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탈피한 디지털 매거진 ‘코카콜라 저니’를 창간하면서 변화의 본격적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SNS 채널과 적극적으로 연대한 ‘저니’는 엔터테인먼트와 건강, 브랜드, 비즈니스 등 9가지의 주제로 인터뷰, 오피니언 칼럼 등을 비디오, 블로그 등 네티즌에게 친근한 형식의 스토리텔링을 이용해 콘텐츠를 전달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브랜드 저널리즘이라고 정의한다. 코카콜라는 2015년에 이르면 기존 미디어로 더 이상 보도자료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선언까지 하고 있다. 이 실험이 어디까지 진행될 수 있는지 지켜볼 일이다.
중요한 건 기업들이 이제 디지털 미디어를 단순히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채널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 플랫폼으로 변화시키고 SNS와 연계해 홍보, 마케팅, 판매 등 전방위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이에 따라 마케팅 투자 패턴마저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기업의 디지털 채널은 이제 더 이상 제품이나 회사 소개용 브로슈어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가치와 콘텐츠를 제공해 고객과 지속적으로 소통해야 한다. 결국 미디어의 주도권을 정보의 발신자인 기업이 갖게 된 형국인데 이것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수준 높은 콘텐츠의 확보,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조직 구성,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제는 기업이나 개인이 스스로가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다. 규모가 작은 기업도 고객의 마음을 얻어 낼 수 있는 전략을 능동적으로 수립할 수 있고 게임의 룰을 선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환경을 감지하고 반 박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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