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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

입력
2016.03.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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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콜로레브스카 체르노빌 박물관 과학국장 인터뷰

체르노빌 박물관 내부모습. 사실나열보다는 조형물 위주로 설치되어 있어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미술관에 가깝다.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프리랜서기자 pe.deletree@gmail.com
체르노빌 박물관 내부모습. 사실나열보다는 조형물 위주로 설치되어 있어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미술관에 가깝다.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프리랜서기자 pe.deletree@gmail.com

우크라이나 키예프 중심가에 위치한 체르노빌박물관은 1992년 개관 이래 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하지만 이 곳은 여느 박물관과는 달리 현장수립자료나 희생자 유물 혹은 그에 대한 설명문은 거의 없다. 대신 사고를 다각도로 이미지화한 예술작품이나 디오라마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박물관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미술관에 가깝다.

박물관 메인 홀에는 사고가 난 원자로를 그대로 재현한 바닥 위에 교회 모형을 세우고, 한가운데 ‘노아의 방주’를 상징하는 나무 배를 갖다 놓았다. 배 안을 가득 채우는 것은 오염지역 아이들이 갖고 놀던 헝겊인형들. 그 위로 단순화시킨 세계지도가 천장을 가득 메우는데, 원전이 있는 곳마다 전구가 반짝인다. 이처럼 상징적 구성에 역사 및 기술 자료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바로 체르노빌박물관의 큐레이팅 방식이다. 개관 초부터 이 박물관에서 근무해온 안나 콜로레브스카 과학국장은 “관람객들이 다시는 이런 비극이 있어선 안 된다는 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목표”라며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상설전시 외에도 당대 관심사에 맞게 늘 변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덕에 이 곳에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전시를 본 이들은 한결같이 “마치 강제피난구역을 실제로 다녀온 느낌이 든다. 그만큼 현실과 분위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평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전세계 체르노빌 관련 작품활동 중인 예술가와 연구자, 정책결정자들이 모이는 거점으로도 유명하다. “간 나오토 전 총리는 숲의 제염작업 시기 및 방법에 대해 궁금해했어요. 우리가 나서서 체르노빌 지역 관계자들과 직접 회의를 주선했죠. 이 밖에도 제염노동자 초청 강연회를 열거나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합니다.”

체르노빌 박물관 출구를 나오면 30년전 원전 사고로 없어진 마을들의 이름에 빨간 줄이 그어진 팻말들을 마주할 수 있다.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프리랜서기자 pe.deletree@gmail.com
체르노빌 박물관 출구를 나오면 30년전 원전 사고로 없어진 마을들의 이름에 빨간 줄이 그어진 팻말들을 마주할 수 있다. 피에르 엠마뉴엘 델레트헤 프리랜서기자 pe.deletree@gmail.com

개관 이래 24년이 흘러 240점에 불과하던 자료가 10만여 점으로 늘었다. 7개 언어별 오디오 가이드를 갖추고 한해 1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꾸준히 맞이하는 것도 큰 성과다. 하지만 후원금이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라 기획전시 및 프로젝트 진행이 쉽지 않고, 장기화되고 있는 내정상황도 불안을 증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도 박물관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400개가 넘는 원자로가 돌아가고 있어요. 전 세계에 경종을 울리는 일, 우리의 역할은 확실합니다.”

키예프=김혜경 프리랜서기자 salutkyeong@gmail.com

다무라 히사노리 프리랜서기자 hisanori.ymr@hotmail.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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