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 건강보험 적용 대상 의료 행위를 대폭 늘리는 중기 건강보험 보장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30조원을 들여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미용이나 성형 목적의 의료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진료, 수술 등을 건강보험 적용 대상으로 삼는다. 주요국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보장률을 끌어올려 국민 의료비 부담을 전체적으로 덜어 주겠다는 것이다. 또 소득 하위 50%의 경우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액이 현재 205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낮아진다. 중증질환에 한정됐던 ‘재난적 의료비 지원’도 모든 질환으로 확대된다. 치매국가책임제, 치과 치료 혜택 확대 등으로 노인 의료지원을 강화하고, 현재 6세 미만 10% 부담이던 어린이 의료비 지원도 15세 이하 5% 부담으로 경감한다.
전체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책임지는 비율인 보장률의 확대는 도입 40년을 맞은 건강보험의 해묵은 과제였다. 시행 초기에 비해 높아졌다고는 해도 현재 65%인 보장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78%에 크게 못 미친다. 개인당 의료비 부담이 OECD 최고 수준이고,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해마다 44만 가구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현실이다. 그동안의 보장 확대는 일부 중증 질환에 그쳐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건강보험 보장 확대는 반기고도 남는다.
유념해야 할 것은 재정건전성 문제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로 전체 의료비는 증가일로다. 보장까지 확대되면 재정악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보험은 내년에 적자로 반전해 2025년에는 적자폭이 2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정부 재정 전망도 나왔다. 현재 21조원에 이른 적립금도 단숨에 바닥이 날 수 있다.
재정건전성 확보 없는 보장 정책은 자칫 공염불이 되거나 급격한 보험료 상승으로 그 부담을 오롯이 국민에게 떠안기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우선 재정 누수를 막아야 한다. 연간 1,000억원이 넘는다는 ‘사무장 병원’ 등의 불법 진료비 타 내기를 차단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의료행위를 추가해 진료비를 늘리는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특정 환자 치료 전체를 묶어 의료비를 정하는 ‘포괄 수가제’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 사회보험 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채택한 주요국의 건강보험 국고 지원 비중이 최대 50%인 것을 생각하면 현재 13.6% 수준인 국고지원 비중을 높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 또한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어 신중해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세제개편을 통한 증세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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