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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매뉴얼’ 정일선 현대 비앤지스틸 사장 "머리 숙여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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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매뉴얼’ 정일선 현대 비앤지스틸 사장 "머리 숙여 사과"

입력
2016.04.0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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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현대가(家) 3세인 정일선(46) 현대 비앤지스틸 사장이 수행 운전기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았다는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비판이 커지자 정 사장은 회사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올려 “경솔한 행동으로 상처 받은 분들께 머리 숙여 사죄 드리고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 비앤지스틸은 정 사장을 수행하는 운전기사에게 행동 요령을 담은 매뉴얼을 만들어 이를 지키도록 했다. A4 용지 100여장에 달하는 매뉴얼에는 정 사장의 운동복 세탁 방법과 운동 후 봐야 하는 신문을 두는 위치 등 하루 일과에 따른 업무가 상세하게 적혀 있다. 운전기사가 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는 경위서를 쓰게 하고 벌점을 부과, 감봉 조치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 사장은 운전기사가 시간 약속에 늦을 경우 욕설과 인격 비하 발언을 하고, 심지어 폭행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뉴얼에는 또 ‘차량 운행 시 빨리 가자는 말씀이 있을 경우 위험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신호, 차선, 과속카메라, 버스 전용차로 무시하고 목적지 도착이 우선’이라고 명시돼 있다. 정 사장의 한 운전기사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 불법유턴, 갓길 주행, 역주행, 중앙선 침범 등 불법 운전을 해야 했고, 이 때문에 낸 과태료만 500만~600만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정 사장은 사과문에서 “가까운 사람,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했어야 함에도 젊은 혈기에 자제력이 부족하고 미숙했다”며 “많은 질책과 비판을 소중하게 받아 들이고,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을 돌아보고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정일선 사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이다. 정 사장의 동생 정대선 현대비에스앤씨 대표는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남편이다.

정 사장이 바로 사과를 했지만 최근 운전기사를 상습 폭언ㆍ폭행해 물의를 빚은 대림산업 이해욱 부회장과 건물 경비원을 폭행한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에 이어 또 다시 기업인의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나며 기업 오너들의 도덕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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