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3당 전날 “협상 없다” 했는데
秋대표, 협의 없이 김무성과 회동
민주 ‘2일’ 굳힌 후 동참 요구에
박지원 “이해 못 해” 균열 시작
국민의당, 시민들 거센 항의 받고
의총서 ‘2일 발의·5일 표결’ 결정
자중지란이었다. 더불어민주당ㆍ국민의당ㆍ정의당 등 야3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처리의 1차 디데이(D-day)로 삼았던 ‘2일 표결’을 하루 앞둔 1일, 탄핵안 발의를 두고 온종일 줄다리기를 벌였다. 국민의당이 새누리당 비박계의 협력 없이 가결이 어렵다는 이유로 ‘9일 표결’을 주장하면서 야권 공조가 삐걱댄 것이다. 다만 국민의당은 탄핵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2일 발의ㆍ5일 표결’이란 절충안을 민주당ㆍ정의당에 제시하면서 밤늦도록 3당이 분주한 움직임을 이어갔다.
秋ㆍ金 전격 회동에 야권 공조 ‘삐걱’
이날 오전 8시30분쯤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새누리당 비박계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가 전격 회동한 것이 야권 균열의 전조였다. 전날 야3당 대표는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면서 임기 단축을 위한 여야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다른 야당과의 사전 협의 없이 이뤄진 추 대표와 김 전 대표간 회동이 이 같은 야3당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추 대표는 지난달 14일에도 박근혜 대통령과의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야3당 공조를 깼다는 당 안팎의 반발을 자초했다.
김 전 대표는 30분간 회동에서 “박 대통령이 내년 4월30일 퇴임하라는 제안을 받지 않으면 9일 본회의에서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겠다”고 말했고, 추 대표는 “2일 본회의에서 탄핵이 가결될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늦어도 1월 말까지 결정이 나기 때문에 대통령은 강제 퇴진할 수밖에 없다”고 맞섰다.
추 대표는 회동 직후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2일 표결’ 입장을 재확인한 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동참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 은 “추 대표가 상의 한 마디 없이 김 전 대표와 회동했고 갑자기 대통령의 내년 1월 퇴진을 요구했다”며 “도대체 추 대표가 왜 저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비박계의 협조 없이) 부결될 것을 뻔히 알면서 발의하면 결국 박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다”며 거부했다. 추 대표의 돌출 행동에 대한 감정싸움으로 국민의당마저 ‘9일 표결’로 돌아서면서 ‘2일 표결’은 물 건너갔다.
野 “촛불민심 국회 향할라” 절충안 고심
민주당은 당초 2일 탄핵안 표결을 위해선 이날 본회의에 탄핵안을 공동 발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오후 1시30분에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선 ‘1일 발의ㆍ2일 표결’ 당론이 결정됐다. 다만 국민의당 협조 없이 민주당ㆍ정의당 의원만으로는 발의 정족수(150명)를 채울 수 없다는 게 걸림돌이었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민주당의 ‘2일 표결’ 요청을 거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오후부터 국민의당 의원들에게 항의문자, 의원회관에는 항의전화가 쇄도했다. 국민의당 일부 지역위원회 사무실에는 ‘새누리당 2중대 국민의당 공범’이란 문구가 쓰여진 스티커가 붙여지는 등 시민들의 거센 항의에 시달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국민의당도 오후 2시 의총을 열었다. 박 위원장은 “탄핵안이 부결돼도 상관 없으니 빨리 발의하고 보자는 태도는 참으로 무책임한 태도”라며 ‘9일 표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안철수 전 대표는 ‘2일 표결’을, 정동영 의원은 ‘5일 표결’을 제시하는 등 표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야권 분열이란 파국을 막고자 야3당 대표는 오후 2시30분쯤 한 자리에 모였으나 평행선은 계속됐다. 박 위원장은 의총 중간에 대표 회동에 참석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추 대표는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만났으나 9일에도 전혀 탄핵 추진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확인했다”며 2일 표결을 주장했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야당이 지금 받들어야 할 것은 국민의 지시”라고 거들었다. 반면 박 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박계가 제시한 4월 대통령 퇴진ㆍ6월 대선을 박 대통령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탄핵대열에 참여한다고 했다”며 9일 표결을 고수했다.
그러나 대표 회동 동안에도 계속된 국민의당 의총에선 심상치 않은 여론의 반발과 야권 공조를 의식해 ‘5일 표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본회의 도중에 민주당ㆍ정의당에 이러한 절충안을 전달했다. 3일 촛불집회를 탄핵을 위한 동력으로 삼겠다는 취지에서다. 본회의가 끝난 이후 야3당은 의총을 이어가며 국민의당의 절충안을 논의했다. 민주당은 수용 여부를 지도부에 위임키로 했고,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탄핵 처리 촉구를 위한 밤샘 농성을 벌였다.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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