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삶은 70년 전에 꿈꾸었던 새로운 사회에 가깝다고 말하기 어렵다. 자유와 평등, 민주주의, 평화 등 헌법의 핵심 가치들이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시대정신임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역사학자와 법학자 등 지식인 100여명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헌법 가치의 회복을 촉구했다. 진보 성향 지식인들로 구성된 ‘자유, 평등, 민주 그리고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1945년 이전의 70년이 제국주의 침략에 맞선 반침략 민족해방운동의 시기였다면, 해방 이후 70년은 냉전체제에 편승한 권위주의 폭압에 저항한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시기”라며 “이 역사를 민족의 피와 땀으로 일군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꿈꾼 세상을 완성해야 할 역사적 책무와 소명이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또 독립운동 정신을 계승한 제헌헌법과, 민주화운동의 정신에 기초한 현행 헌법이 추구하는 자유, 평등, 민주, 평화의 가치가 정부와 기득권에 의해 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무력으로 친일 청산을 좌절시키며 반드시 해결했어야 할 민족 과제가 방기됐다”며 “최근에도 극우세력이 득세하며 친일파를 옹호, 합리화하는 반역사적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일갈했다. 또 “서민과 노동자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있는데 재벌 개혁은 한번도 단행된 적이 없고 박근혜 정권도 경제민주화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버렸다”며 정치ㆍ경제적 민주화에 역행하는 행태를 개탄했다. 이들은 “지금 비록 일시적으로 역사의 퇴행이 일어나고 있지만, 역사는 반드시 진보한다는 신념을 함께하며 나아갈 것”이라며 “지금까지, 앞으로도 변함없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강조했다.
선언에는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 이이화 전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사장, 함세웅 신부(민족문제연구소 이사장),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한상권 덕성여대 교수(역사정의실천연대 상임대표) 등이 동참했고, 시민 749명이 서명했다.
선언 제안자인 이만열 명예교수는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광복을 위해 애써온 분들 덕분에 해방 70주년 맞은 만큼 오늘날 상황과 지향을 남기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일 것으로 생각했다”며 “우리를 반성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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