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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무교회주의를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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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무교회주의를 돌아보라

입력
2014.11.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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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사상가ㆍ교육자 김교신 선생

일제강점기에 '성서조선' 창간

내년 4월 타계 70주년 앞두고

28일 기독교회관서 기념사업회 출범

“우리 마음의 전부를 차지하는 것은 ‘조선’,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낼 제일 좋은 선물은 ‘성서’이니 둘 중의 하나를 버릴 수 없어서 된 것이 그 이름이다.”

일제강점기 한국 기독교 사상가이자 교육가였던 김교신(1901∼1945) 선생이 1927년 ‘성서조선’ 7월호에 쓴 창간사다. 그가 조국과 성서를 위해 일생을 바쳤음이 잘 나타나는 구절이다. 함석헌 선생과 함께 ‘무교회주의자’로 일컬어지는 김교신 선생의 기념사업이 추진된다. 내년 4월 25일 타계 70주기를 앞두고서다.

선생의 정신은 오늘날 성장만능주의에 빠진 개신교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념사업 추진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다. 김교신기념사업준비위원장인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전 국사편찬위원장)는 24일 “선생이 추구한 무교회주의를 단순한 교회 반대로 보는 건 편협한 해석”이라며 “성서의 본질, 즉 예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이나 제도로서의 교회보다 신앙을 내면화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함경남도 함흥의 엄격한 유교 집안에서 태어난 선생은 함흥공립농업학교를 졸업하던 1919년 3ㆍ1운동에 참가한 뒤 일본으로 건너가 기독교에 귀의했다. 일본 군국주의에 반대하고 일본기독교의 자주성을 주장하던 우치무라 간조에게 사숙하면서 무교회주의를 갖는다. 도쿄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귀국해선 서울 양정고보와 제일고보(현 경기고)에서 교단에 섰다.

기독교 동인 월간지 ‘성서조선’은 우치무라의 제자인 함석헌 정상훈 송두용 양인성 유석동과 함께 1927년 만들었다. 당시 창간호에서 이들은 민족의 시련을 성서를 중심으로 한 기독교신앙으로 극복해 나가자고 권면하며 기성 교회의 비리를 비판했다.

이만열 교수는 “예수시대는 물론 구약시대에도 돈과 물질을 강조하는 신앙의 유혹은 있었다”며 “선생의 정신을 되새겨보면 오늘날 시장화, 자본화한 한국 개신교회에 대한 자성과 비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3년 뒤인 2017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다. 이 교수는 “1517년 마틴 루터가 들고나온 ‘오직 성서로, 하나님 말씀으로’라는 기치는 선생의 가르침과도 궤를 같이 한다”며 “말씀으로 돌아가자는 것은 기독교회가 늘 새겨야 할 개혁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선생의 신앙적 기반의 또 다른 축은 조선, 바로 민족이었다. 그는 평생 창씨개명을 거부했다. ‘성서조선’은 늘 조선총독부의 검열로 폐간 위기에 시달렸다. 총독부는 결국 1942년 3월호(제158호)에 선생이 쓴 권두문 ‘조와(弔蛙)’가 일제의 모진 핍박에도 살아남는 조선의 혼을 혹한에도 살아남은 개구리에 빗댄 글이라며 폐간시켰다. 이른바 이 ‘성서조선사건’으로 김교신ㆍ함석헌 선생은 옥고를 치렀다. 출소 뒤 선생은 1944년 함흥질소비료공장에 입사해 노동자들에게 한글과 성경을 가르치다 이듬해 4월 발진티푸스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김교신기념사업회는 2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5가 기독교회관에서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선생의 글을 대중에 다시 알리는 재발간 사업, 선생의 신학 사상 연구, 타계 70주기에 즈음한 학술회의 등을 구상하고 있다.

“‘성서조선’아, 너는 소위 기독교 신자보다는 조선의 혼을 가진 조선 사람에게 가라. 시골로, 산골로 가라. 기다려 면담하라. 서로 담론하라. 한 세기 후에 동지가 생긴들 무엇을 한탄하겠는가.”

선생이 쓴 ‘성서조선’ 창간사는 이렇게 끝맺는다. 이만열 교수는 “선생이 돌아가신 지 70년이 다 되도록 그의 뜻을 기리는 기념사업조차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후진으로서 도리를 다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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