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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식이 못하니 나라라도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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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자식이 못하니 나라라도 나서야

입력
2017.08.14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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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0세가 되신 A 어르신은 서울 어느 월세방에서 혼자 어렵게 사신다. 지난 5월 방문한 사회복지 공무원의 도움으로 기초생활보장 신청을 해봤지만, 딸의 재산이 많아서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딸도 아들이 중증장애가 있어 아버지를 돕기 어렵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외환위기 직후 대량실업 사태에 대응, 기본적 삶을 유지하기 힘든 분들에게 생계‧자활‧의료‧주거‧교육급여 등을 제공해 최저생활을 보장하고자 처음 시행됐다. 2000년 제도 시행 당시는 ‘모든 직계혈족 및 생계를 같이하는 2촌 이내 혈족’ 등 부양의무자의 부재(不在)를 지원 조건으로 삼았으나 2005년 직계혈족을 1촌으로 좁혔고, 2007년 2촌 이내 혈족은 제외하였다. 또 2015년 7월에는 기존 통합급여 방식에서 벗어나 생계‧의료‧주거‧교육급여를 급여별 선정기준에 따라 제공하여 더 많은 분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부양의무자 소득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사망한 1촌 직계혈족 배우자도 부양의무자에서 뺐다.

통계청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부모 부양을 가족이 해야 한다’는 의견은 30.8%에 불과했고, ‘가족과 정부ㆍ사회가 함께 돌보아야 한다’는 의견이 45.5%로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런 인식을 반영해 기초생활보장제도도 부양가족 범위를 좁혀 왔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에 따른 사각지대가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그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하고, 로드맵을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구체적 추진 일정은 지난 10일에 발표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2018~2020년)에 담았다.

11월부터 A 어르신의 사례처럼 기초수급 신청자가 노인ㆍ장애인(1~3급)이고, 부양의무자나 그 가족이 노인ㆍ중증장애인(기초연금,장애인연금 수급자)이면 부양의무자를 따지지 않고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드리기로 했다. 2018년에는 주거급여 신청자에 대하여, 2019년에는 부양의무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장애인연금 수급자)이 있는 경우, 2022년에는 노인(기초연금 수급자)이 있는 경우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아울러 도움이 필요한데도 소득ㆍ재산, 부양의무자 등 선정기준에 맞지 않는 분들을 보호하고자 운영 중인 시ㆍ군ㆍ구 지방생활보장위원회를 더욱 활성화, 부양실태 등을 꼼꼼히 살펴 사각지대 해소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튼튼히 유지되려면 국민이 모아준 소중한 재원이 꼭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한다. 종합계획에는 정부의 이런 고민도 담겼다. 부정수급 예방체계를 정비하고, 부양의무를 고의 회피할 경우 비용징수를 강화하는 것 등이다.

이번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방안 발표를 계기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빈곤 위험에 처한 국민을 끌어안아 든든한 자식 같은 제도가 되길 기대한다. 2015년 개별급여 체계로 전환된 후의 첫 종합계획을 차질 없이 시행하고, 2020년에 적정성평가를 거쳐 2차 종합계획(2021~2023)에서 더욱 내실화를 기할 계획이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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